2030은 TDF, 4050은 TIF…300조 가입자 쟁탈전 [잠자는 연금을 깨워라!②]

김종학 기자

입력 2022-07-05 20:04   수정 2022-07-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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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는 연금을 깨워라!②
    300조 가입자 쟁탈전
    <앵커>
    정부가 오늘(5일) 국무회의를 열어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디폴트옵션의 주요 내용을 규정하는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을 의결했습니다.

    약 300조원(295조 6천억원/2021년 12월말)에 달하는 퇴직연금의 상당 규모가 투자 상품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직장 근로자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6개월 만에 퇴직연금 보장법 시행령이 본궤도에 올랐습니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대부분 정기예금이나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86%로 압도적입니다.

    금융회사별 적립금 규모 역시 삼성생명과 신한, 국민, 하나, 기업, 우리 은행 등 보험사와 4대 은행의 점유율이 자연스레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달 12일부터 이러한 시장 구도에 큰 변화가 벌어질 전망입니다.

    근로자들은 회사와 협의에 따라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 상품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퇴직연금을 운용해야 하는데, 대부분 은행이 아닌 증권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김동엽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교육콘텐츠본부장]
    "사전지정 운영 상품들 중심으로 투자 상품 내에서의 변화도 가능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서.. 이게 단기적으로 확 폭발적으로 변할 거냐라는 것보다는 서서히 변화해 가면서 투자자들의 연금 시장의 운영 방식들을 바꿔 나가는 형태로 작용할 가능성들이 저는 상당히 높다고 생각을 합니다."

    디폴트옵션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금융사들 마다 퇴직연금 적립규모와 고위험상품에 대한 운용 성과를 내세워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해 적립금 17조 8천억원 규모로 증권업계 최대규모를 운용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운용경험과 운용사가 보유한 ETF를 활용해 점유율을 높일 전망입니다.

    2위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은 대형 연기금 위탁운용 노하우를 내세워 주요 기업체 자금을 유치하는 전략으로 가입자를 늘려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증권사들은 모바일을 통한 퇴직연금 가입 수요에 맞춰 앱을 통합하거나, 전용 연금앱(my연금)을 개편하는 등 비대면 가입자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 상황 악화로 퇴직연금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장기 투자 상품의 장점을 활용해 투자 성과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증권업계는 이번 퇴직연금 제도 개편에 따라 누적 90조원을 넘긴 실적배당형 상품 가운데 최소 1조원 정도의 자금이 펀드, ETF 등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취재 기자와 조금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디폴트옵션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생겼습니다만.. 최근 시장 상황이 급격히 하락하다보니 퇴직연금 수익률도 걱정입니다.

    근로자가 직접 관리하는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어떤 상품으로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요?

    <기자>
    이번 제도 개편으로 실적배당형 상품에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더라도 고위험 투자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기예금이나 보험사의 원리금보장 상품도 디폴트옵션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펀드나 ETF 비중을 억지로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퇴직연금 상품을 개발하는 운용사 전문가들은 자산배분을 자동을 하는 타깃데이트펀드나 자산배분 펀드 혹은 주식 비중을 나이에 따라 줄여나가는 방식의 전략을 디폴트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장준호 / 삼성자산운용 WM마케팅본부 본부장]
    "그냥 열심히 일하면서 투자성과를 지켜보고 싶다고 하시면 TDF 같은 상품들이 적합하고요 중간에 좀 조정도 하고 이럴 것들이 있다면은 그중에 자산배분 펀드들 TIF나 기타 여러 자산 배분이 붙은 펀드들이 들어올 텐데요. 그중에 이제 사전 지시를 해놓으시고 지켜보시면서 조금씩 바꿔 가시는 게 필요한데.. 초장기로 봤을 때는 사실은 주식 비중을 조금 줄여가시는 게.."


    해외 사례를 감안하면 현재 가이드라인으로 고려하는 TDF, 자산배분펀드, SOC펀드 등 상품들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의 자금이 옮겨갈 상품으로 타깃데이트 펀드, TDF가 꼽힙니다.

    투자자의 가입부터 은퇴시점까지 남은 시간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 운용하는 상품이 TDF입니다. 한 번 가입해두면 최근처럼 급격한 시장의 변동에 맞춰 상품을 갈아탈 일이 적기 때문에 기존 원금보장 상품을 이용하던 투자자들이 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입니다.

    이미 디폴트옵션을 시행하는 미국의 경우는 주식을 직접 투자하던 개인들이 TDF로 갈아타면서 시장 흐름을 바꿔놓은 전례가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보고 국내에서도 TDF 상품을 출시한 운용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현재 16곳, 지난달 말 기준 9조 611억 원의 자금이 운용 중입니다.

    <앵커>
    디폴트옵션이라는 자동투자 옵션으로 TDF를 고려할 만하다는 건데.. 그렇다하더라도 선택부터가 상당한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투자자, 우리 직장인 가입자가 선택해야 할까요?

    <기자>
    TDF 종류가 많아서 복잡해 보이지만 대부분 `글라이드패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듯 생애 주기에 따라 비슷한 형태로 주식을 늘렸다 줄이는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성과 차이가 크진 않습니다.

    오히려 운용사 상품이름보다 뒤에 붙어 있는 2040, 2050 등의 숫자를 고려하는 편이 더 간편합니다. 가령 KB온국민TDF2040(KB자산운용), 전략배분TDF2050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형TDF2050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TDF알아서2060 등 TDF 펀드 이름 뒤에 붙는 숫자를 `빈티지`라 부르는데 투자자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를 말합니다.

    취업하고 입사해서 사회 활동을 하는 시기와 은퇴시점을 구분해 보통 70% 정도를 주식, 나머지를 채권으로 비중 조절하는데, 빈티지가 클 수록 주식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고 최근 같은 시장 상황이라면 수익률이 하락할 위험이 크겠죠. 따라서 가입자 본인의 은퇴 시점, 투자성향, 보수를 고려하는 것이 TDF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현재 TDF 시장은 본래 삼성자산운용이 미국 캐피탈사와 제휴를 통해 가장 먼저 진출했지만, 시장을 쥔 최대 사업자는 국내 시장 기반으로 독자 운용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입니다. 약 4조원에 육박(3.9조)하는 자금으로 44%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삼성, 한국운용, KB, 신한, 키움 등이 따르고 있습니다.

    [손수진 /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2본부 본부장]
    "대부분 펀드 안에서 자산 배분 기능이 되어 있는 펀드들이기 때문에 잘 모르시는 분들도 디폴트 옵션을 통해서도 충분히 자산 배분을 하면서 투자 수익률 제고할 수 있는 그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아마 편리성이나 그다음에 수익률 제고에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본인의 은퇴시점, 투자 성향을 고려한다면 운용사마다 큰 차이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거군요.

    그런데 일반 예적금보다 펀드로 투자할 때 비용이 더 들어가는 위험은 없습니까?

    <기자>
    퇴직연금은 적어도 10년에서 길게는 30년간 매우 긴 시간에 걸쳐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숨은 보수를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통상 TDF 보수는 최근 인하하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0.15~0.4% 정도되는데 펀드 대신 인기를 끌고 있는 ETF 등에 비하면 2배 이상 비싼 편입니다.

    TDF 상품은 대부분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닌 해외 상품이나 특정 자산에 재투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낮은 보수를 골라야 합니다.

    <앵커>
    TDF를 많이 선택한다고 봤지만, 은퇴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적립금을 목돈으로 찾았다면 다른 상품을 선택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선택은 어떤 고려를 할 수 있을까요?

    <기자>
    퇴직연금을 가입해야 하는 직장인 가운데 50대 이후라면 TDF의 매력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원금을 보장하면서 수익을 낼 만한 상품이 필요한데,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해 등장한 상품인 TIF, 타깃 인컴펀드입니다.

    주요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이러한 은퇴 자금의 이동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설계한 상품으로, 주식 위험을 매우 낮추고 자산배분 하는 장점 등으로 운용 규모를 키우는 상품에 해당합니다.

    [장준호 / 삼성자산운용 WM마케팅본부 본부장]
    장기적으로 투자했을 때 일반적인 제조업체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계속 연금으로 투자할 수 있게 TIF 시리즈를 또 내놨고 그리고 최근에는 또 운용업계가 저희도 그렇습니다만 OCIO라는 게..적절한 기대 수익률과 기대되는 변동성을 놓고 목표로 운영을 하는데 DB용이지만 또 수익성이나 변동성 위험을 봤을 때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하면 좋을 것 같아서 지금 디폴트 옵션의 OCIO형 펀드들도..."

    투자 성향과 은퇴시점에 따라 이렇게 상품을 나눠볼 수 있습니다만, TDF 혹은 TIF, 밸런스펀드 등 특정 상품에만 100% 투자하는 방식은 위험하다는 조언도 함께 나왔습니다.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제공하는 리츠, 수수료 비중이 낮은 ETF를 활용해 투자를 분산하는 전략을 고려하라는 겁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오랜 투자 격언대로 장기간 위험도를 분산해야 목표로 하는 연간 6~7% 이상의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앵커>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이후 고려할 투자 가이드 짚어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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