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상생·책임, 뒤에선 사모펀드 매각"
단기적 카카오 목표주가 상승 효과 기대, 새 먹거리 숙제 남아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검토 중이란 소식은 전해 들으셨을 겁니다. 관련해서 내부 갈등도 확산되고 있는데요.
이번 매각이 진행되는 이유와 다가올 영향에 대해, IT바이오부 정호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오늘 카카오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 반대를 공식화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카카오 노조는 오늘 오전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카카오의 최대 주주인 김범수 CAC 센터장의 발언과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요,
겉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작업을 벌여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사모펀드에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한다면 직원들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회견장에서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서승욱 / 카카오 노조 지회장 :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선언했던 경영진들은 상생과 책임 대신 회피와 매각을 선택하려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 이후 벌어질 사회적 갈등 심화의 책임을 카카오에 물을 것입니다.]
<앵커>
정 기자, 그런데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왜 팔려는 겁니까?
<기자>
외적인 이유는 카카오의 주주가치 확대와 사업 성장을 위한 판단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카카오는 노조 측과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 내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의 성장이 불가능하고, 사업 성장을 위해선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카카오의 성장 공식이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카카오의 성장 공식이라면 자회사를 키워서 상장시키고 몸집을 불리는 것 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150여 개에 달하는데요.
공격적인 자회사 상장 정책을 펼치며 지난해에만 카카오페이와 뱅크를 상장시켰고, 모빌리티와 엔터테인먼트도 다음 주자로 고려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상황을 살펴보면 지금 상장하자니 장도 좋지 않고, 사회적 여론도 좋지 않습니다.
또 내부 사업을 떼어내 따로 상장하는 게 카카오 주가에도 결국 좋지 않았죠. 결국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가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매각을 고려하는 다른 이유로 사회적 부담감도 언급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카카오 입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계륵`일 수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년 매출을 두 배씩 키우고 있는 알짜 기업이긴 하지만, 수수료 문제부터 승객 골라태우기, 골목상권 침해 등 다양한 논란도 빚고 있습니다.
김범수 센터장도 지난번 국정감사에 출석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사회적 책임 문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는데요.
적극적인 M&A로 사업을 키우고 서비스를 다양화해온 카카오모빌리티의 행보도 국감 이후부터 다소 주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에서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일각에서 국감 전에 매각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얘길 들어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첫 사례이긴 하지만 다른 자회사들도 매각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 부분이 카카오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다른 카카오 계열사들에서도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상장이 아닌 매각이라는 선택지가 처음 등장한 만큼, 다음 타깃은 우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기는 거죠.
현재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다른 계열사에 속한 직원들이 `MBK모빌리티`가 남 얘기가 아니라는 말들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카카오 노조에서 진행 중인 매각 반대 공동 서명에도 1천 명이 넘는 카카오 직원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만약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한다면 카카오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단기적으로는 현금을 확보하고, 모빌리티 사업 관련 규제 리스크도 덜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지분 일부를 높은 가격에 매각한다면 카카오의 기업 가치도 상승할 테고, 증권가에서 산정한 목표주가도 오르게 되겠죠.
<앵커>
단기적이라는 말은, 장기적으로는 다를 수 있다는 말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꾸준히 성장 중인 알짜 기업을 매각하는 만큼 장기적인 성장성이 약화되는 건 불가피해 보입니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하면 카카오택시부터 떠올리실 수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이나 UAM(도심항공교통)같은 미래 사업도 진행하고 있거든요.
또한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도 구상할 수 있다 보니, 카카오 입장에선 이를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숙제가 남습니다.
<앵커>
카카오T 앱 가입자가 3천만 명이다 보니 워낙 밀접한 서비스 아니겠습니까?
주가만 짚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지도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당장 예측하긴 어렵지만 이전 사례들을 살펴보면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2015년 홈플러스를 사들인 MBK는 매출이 잘 나오던 일부 점포, 즉 많은 고객이 이용하던 지점을 폐점을 전제로 매각을 논의했습니다. 부지 매각을 통한 단기적인 이윤 창출 때문인데요.
이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일부 서비스의 이용요금이나 기사 수수료율을 올릴 수도 있겠고요.
또한 카카오와의 접점이 사라진다면 카카오와 연계된 서비스들도 사라져 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정호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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