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우유 갈등…밀크플레이션 덮치나

박승완 기자

입력 2022-07-15 19:13   수정 2022-07-15 19:13

    우유 원유 가격 갈등 해법은?
    <앵커>

    우유의 원료인 원유 가격 결정을 놓고 정부와 낙농가, 유가공 업체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우유대란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달말이 시한인 협상을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먼저 첨예한 입장차를 유오성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여의도 국회 앞 공터에 위치한 천막 농성장입니다.

    우유의 원료인 원유 생산비 산정 방식을 바꾸려는 정부안에 맞선 축산농가들의 농성이 벌써 150일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원래도 마진이 박한데 올해는 사룟값마저 크게 올라 더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안을 수용하긴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이승호 /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 사룟값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1년에 걸쳐 폭등했습니다. 지금 생산원가가 950원에서 1000원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800원에 우유를 사가겠다고 하면 현실적으로 우유를 짤 수가 있겠습니까...]

    정부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낙농가의 원유생산비용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원유 생산비 연동제도를 손질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 제도는 우유 수요가 줄어도 원유 생산비용만 오르면 원유가격이 오르는 문제가 있는 만큼, 원유의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달리 정하는 차등 가격제를 도입해 이를 보완하자는 겁니다.

    유가공업체도 이런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유가공업계 관계자 : 우리가 필요한 양도 줄어들고 외국산 가격은 싸지고 이러다 보니 실질적 자급률이 계속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거죠. 그러다보니 정부도 낙농제도 개선 이야기가 나왔던 거고.. ]

    첨예한 입장차로 인해 올해 원유가격을 결정해야 할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는 아직 협상단 조차 꾸리지 못한 상탭니다.

    통상 7월 말에 협상이 마무리되면, 조정된 가격이 8월 납품가격부터 반영되는 구조지만, 이대로라면 다음달부터는 원유 납품 거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우유 가격이 오르고, 이게 다시 우유를 재료로 하는 빵 등 관련 제품들의 가격을 줄줄이 밀어올리는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하루 빨리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간 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재수정안까지 내놨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 생산자 측이 요청한 내용이 있어서 (음용유) 190만 톤에 (가공유) 20만 톤 수정했다가, 최근에는 저희가 (음용유) 195만 톤에 (가공유) 10만 톤까지로 제안한 상황입니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원유 가격 조정 기한이 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우유 대란을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유오성 입니다.

    <앵커>

    이처럼 우유 가격을 둘러싸고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축산 농가가 최악의 경우 공급 금지 카드까지 꺼내든 만큼 가뜩이나 심각한 물가에 기름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우윳값 갈등의 배경과 쟁점, 향후 여파를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먼저 우유 가격 갈등,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기자>


    우유 가격을 둘러싼 대립은 해마다 반복돼왔는데요. 올해는 유독 심각합니다. 낙농가에서 `사생결단을 내겠다`, `초강경 투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죠.

    정부 역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국내 낙농산업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가격 연동제`를 고쳐야 한다는 건데요. 초유의 강대강 대치에 2011년 이후 10여 년 만의 우유대란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앵커>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부터 제도 개선에 들어간 걸로 알려졌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나 보군요. 그런데 10여 년 만의 우유 대란이라고요? 당시 상황이 어땠습니까?

    <기자>

    2011년에도 원유 가격 협상을 두고 낙농가와 우유업체의 대립이 극심했습니다. 당시 낙농가들은 공급 중단을 실행에 옮겼는데요. 전체(5,200톤)의 90%에 달하는 원유(4,750톤) 공급이 끊겨버린 거죠.

    그나마 우유업체들의 재고 덕분에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제과 업체나 유제품 업체들은 공급 차질을 피할 수 없었는데요. 현행 `원유 생산비 연동제`가 도입된 계기도 이때였습니다.

    이전에는 정부가 발표하는 가격으로 결정되다 1999년부터 생산자, 수요자 간 합의해 결정하게 됐는데요. 당시에는 4~5년 주기로 합의가 이뤄지다 보니 인상 폭을 두고 갈등이 크게 터지곤 했죠. 실제로 2004년 원유 가격은 14%가량이 2008년에는 20% 이상 올라 소비자 충격으로까지 이어졌는데, 때문에 매년 합의를 하는 지금의 제도로 고쳐졌습니다.

    <앵커>

    나오는 사진에서처럼 당시 축산 농가가 우유를 땅에다 쏟아 버리는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유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지부터 짚어보죠.

    <기자>

    우리가 마시는 우유나 각종 유제품은 젖소에서 짜낸 원유(原乳)로 만듭니다. 축산농가가 원유를 우유 업체나 유제품 회사에 주면 이를 가공해서 다양한 제품으로 내놓죠. 갈등의 중심에 놓인 원유가 바로 `원유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정해집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올해 원유 가격은 전년도 가격에 우유 `생산비 증감액`을 더합니다. 이 값에서 협상을 통해 `생산비 증감액`의 10%를 더하거나 빼고요. 우유의 품질(유성분· 위생)과 관련된 가격을 더해 최종 결정됩니다.

    <앵커>

    결정 공식이 그리 간단하진 않군요. 다만 분명한 건 협상을 통해서 정해야 하는데 올해는 협의체가 꾸려지지도 않았다고요?

    <기자>

    절차대로라면 학계와 생산자 단체, 우유업체 대표가 모여 `원유 기본 가격 조정 협상 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우유업체가 참여를 거부하며 출발조차 못했는데요. 현행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우유업계는 수요는 감소하는 데 가격은 오르기만 하는 현 제도를 문제시합니다. 생산비에는 사룟값이나 인건비 등이 포함되는데 이 값이 내려가기란 어렵죠. 기업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우유를 사 먹는 사람들이 줄어드는데 원가부담만 커지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앵커>

    따져보면 당사자인 우유업체들이 협상을 거부하는 상태군요. 그렇다면 지금 제도를 어떻게 바꾸자는 겁니까?

    <기자>

    `차등가격제`는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하자는 게 핵심입니다. 원유는 마시는 우유(음용유)와 분유로 만드는 우유(가공유) 등 두 갈래로 나뉘는데요. 음용유 가격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값을 낮춰서 수요와 가격을 맞추려는 의도입니다.

    지난 20년 새 우리 국민의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줄고 유제품 소비는 늘어난 걸로 확인됩니다. 우유업체들이 유제품을 강화하는 이유인데요. 유제품을 만드는 가공유의 국제가격(400~500원 선)이 국내의 절반 수준이라 국내 유업계는 이미 저렴한 수입산으로 옮겨가는 상황입니다.

    <앵커>

    가격 차이가 이렇게 크다면 기업으로선 수입산을 찾는 게 당연할 듯 보입니다. 장기적으로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이 필요해 보이는데 낙농가들의 반발 이유는 뭡니까?

    <기자>

    가공유를 싸게 팔아야 하는 만큼 농가 이익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죠. 가뜩이나 곡물값이 비싸지면서 사룟값이 급등해 이러다간 폐업 농가가 속출할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이미 사육을 접은 농가가 많아 올해 젖소 사육 마리 수는 역사상 최고의 축산 재앙으로 꼽히는 2011년 구제역 파동 때만큼 떨어진 상황이고요.

    이에 정부는 우유업체가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가공유 물량(쿼터)을 늘려 주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인데요. 게다가 2026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현재 가공유 수입국 대부분과의 보호 장벽이 풀려 수입 단가가 더 싸지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거죠.

    이에 낙농협회는 믿을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유업체가 원유를 사용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 근거죠. 제도 개선 이후에 전체 쿼터가 줄어들어서 원유를 생산해도 사주는 곳이 없어 내다 버려야 하는 경우를 우려합니다.

    <앵커>

    협상이 이렇게 지지부진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올 텐데요. 해법은 없습니까?

    <기자>

    협상 진통으로 우유 대란이 발생하면 가뜩이나 불이 붙은 물가에 부채질을 하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흰 우유 뿐 아니라 치즈 등의 유제품, 빵·커피 등 식료품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하죠. 협상이 이뤄진다 해도 가격이 오르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오면 충격은 마찬가지입니다.

    사안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어 해법이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해외 사례를 참고해 볼 순 있겠는데요. 미국이나 캐나다는 물론 일본 등이 4개에서 6개로 원유의 용도를 나눠 차등가격제를 도입 중입니다. 유업체의 수입산 사용이 늘어날수록 원유의 자급률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낙농업 침체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예상되는 만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제목 : 첨예한 우유 갈등…밀크플레이션 덮치나
    #너만오르면돼? #8월우유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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