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리없는 증세’로 직장인들의 유리지갑을 털어 온 소득세제를 15년만에 손질해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낮춘다.
이전 정부에서 인상된 법인세 최고세율은 원래대로 되돌리고, 정부가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으로 세금을 물리는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도 폐지한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부동산 세제 정상화, 월급쟁이 소득세 줄여 서민들의 세부담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고물가, 저성장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감세 드라이브로 경제활력을 높이고 민생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22%로…연매출 100억 중소기업 세부담 37.5% 줄어= 우선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22%로 낮추기로 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조정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 이후 5년 만이며, 최고세율 인하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법인세 과세표준(과표) 구간도 현재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한다. 이를 통해 매출액 3천만원 미만인 중소·중견기업 중 지금까지는 법인소득 2억원 이하 기업
에게만 최저세율인 10%를 적용했는데 그 범위를 5억원 이하 기업으로 확대해 기업의 세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법인세 인하로 대기업은 4조1천억원, 중소중견기업은 2조4천억원 등 총 6조5천억원의 세부담 완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연간 매출액 100억원(이익률 5%)의 중소기업의 경우 법인세 부담이 연간 8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37.5%(3천만원) 줄고, 연매출 1천억원의 중견기업(이익률 7%)은 13억8천만원에서 13억 5천만원으로 2.2%(3천만원) 낮아지게 된다.
또 내국법인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 자회사가 한국에 있는 본사에 배당금을 보낼 때 추가로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국내 투자가 늘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패널티 과세’라는 지적이 많았던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올해를 끝으로 일몰 종료(폐지)하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범위도 합리화하는 등 기업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규제적 성격의 조세제도를 개선한다.
◆통합고용세액공제 신설…대기업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제혜택 확대 = 현재 5개의 제도로 별도 운영되고 있는 고용지원제도를 통합고용 세액공제로 일원화하고, 청년 연령 범위도 15~29세에서 15~34세로 넓혀 지원범위를 확대한다.
외국 우수인력의 국내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단일세율 과세특례 적용기간 제한도 폐지하기로 했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이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에 투자할 때 세액공제율을 기존 6%에서 중견기업 수준(8%)으로 높여주고,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의 5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유도를 위해선 세제지원상 국내사업장 신·증설 요건도 완화한다.
또 토종 OTT 콘텐츠·웹드라마 제작사(중소기업)에게도 제작비용 최대 10% 세액 공제 혜택을 주고 영화나 TV프로그램을 포한한 전체 영상콘텐츠에 대한 세액공제 적용기한도 3년으로 늘린다.
벤처기업의 우수인력 확보를 돕기 위해선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를 현행 5천만원에서 2억 원까지로 대폭 확대하고 코스닥과 코스피 상장 벤처기업 임직원의 스톡옵션 행사이익에 대한 근로소득세도 5년간 분할납부를 허용한다.
◆가업상속세 부담 줄인다…납부 유예제도 신설 = 기업세대교체 지원을 위해 상속세 납부 유예제도도 새로 만든다. 일정 요건을 갖춘 상속인이 가업을 승계받을 경우 이를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상속세 납부를 유예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중견기업의 범위를 매출액 기준 4천억원에서 1조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가업상속공제한도도 2배로 늘리고 사후관리 기간도 7년에서 5년에서 줄여준다.
가업승계 증여세 역시 과세특례한도를 100억원 이하에서 최대 1천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등 상세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금투세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거주자·외국법인의 이자소득 비과세 =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0%로 0.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증권거래세 0.05%에 농어촌특별세가 0.15% 붙는 구조다.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소득에 매기는 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는 2년을 미루기로 했다. 주식 양도세는 한 종목을 100억원 이상 보유한 경우만 납부하도록 해 일반 국민들의 주식 양도세를 사실상 폐지한다.
비거주자와 외국법인이 우리나라 국채와 통화안정증권을 거래해 얻은 이자·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방안도 추진한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관련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가 늘면 국채금리 인하, 환율 하락 등 국채·외환시장 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소득세 하위 2개 과세표준 손질…식대 비과세 2배 확대=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의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5년간 유지돼 온 중·저소득층 대상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도 손질한다. 구체적으로 소득세 하위 2개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조정한다.
소득세율을 6% 적용대상은 총급여 1,200만원에서 1,400만원 미만 저소득층으로, 소득세율 15% 적용 대상은 1,200만원~4,600만원 급여자에서 1,400~5천만원 급여자로 확대한다. 다만 총급여 1억 2천만 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 공제한도를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인다.
이러한 소득세 개편을 통해 직장인 1인당 최대 80만 원 수준의 소득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고물가 속 직장인들의 식비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식대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두배 늘리기로 했다. 저소득 가구의 근로를 장려하고 소득을 지원하기 위해선 근로 자녀장려금의 재산요건을 2억원 미만에서 2억4천만원 미만으로 완화하고 최대지급액도 10% 수준으로 인상한다.
◆영화관람료에도 소득공제 혜택…퇴직금 세부담도 줄인다 = 무주택 세대주가 부담하는 월세 세액공제율을 최대 12%에서 15%로 올리고, 전세금이나 월세보증금 원리금 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도 연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한다.
교육비와 양육비 세제지원도 늘린다. 대학입학 전형료와 수능응시료를 교육비 세액공제(15%) 대상에 추가하고, 다자녀 가구 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승용차 구입 시 개별소비세를 300만원 한도 내에서 면제해준다.
아울러 올 하반기엔 대중교통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40%에서 80%로 두배 확대하고 영화관람료에도 도서비나 공연료와 마찬가지로 30%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퇴직금에 대한 세제혜택도 늘린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에 대한 세액공제 납입한도를 기존 400만원(퇴직연금 포함 700만원)에서 600만원(900만원)으로 200만원 늘리기로 했다. 퇴직금에서 근속기간에 따라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근속연수공제’도 확대한다. 퇴직소득세 부담은 퇴직금 5천만원인 경우 10년 근속 시 약 50%, 20년 근속 시 100% 줄어든다.
기재부는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1조6천억원, 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 5천억원 등 모두 3조2천억원 규모로 근로자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부동산세제 `정상화`...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정부는 우선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위해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화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주택수에 따라 징벌적으로 세금을 물리는 종합부동산세 중과를 사실상 폐지하고 각자 보유한 자산 규모에 따라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된 다주택 중과가 오히려 과세 형평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또 종부세 기본 공제금액은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세대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린다.
1세대 1주택자의 세부담을 부동산 가격 급등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3억원 특별 공제를도입해 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공시가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하고 이사나 상속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2주택자가 된 경우도 1주택자 세제혜택을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재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번 세법개정에 따라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10억 주택에대한 종부세 부담은 197만원에서 25만원으로 172만원, 20억 주택은 338만원에서 148만원으로 190만원, 공시가 30억은 1,082만원에서 556만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경우는 공시가 10억은 517만원, 20억은 2,561만원 30억은 8,614만원 줄어든다.
◆글로벌 최저한세 입법화…여행자 면세한도 800달러로 = 간이지급명세서 제출주기를 줄이고 가산세를 완화하는 한편, 세금계산서와 현금영수증 의무발급대상도 확대해 세입확충에 힘쓰기로 했다. 불요불급한 비과세 감면제도는 적극 정비하고, 증여를 통한 양도소득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적용기간도 확대한다.
경제의 디지털화에 따른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적인 합의를 거쳐 마련한 글로벌 최저한세의 국내 입법화를 추진하고 2024년부터 시행한다.
납세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국민 소득 증가 등 경제적 여건 변화를 반영해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를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국가조세 수입 측면에서 약 13조1천억원 수준의 세수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수감소 규모는 총 국세 수입의 3% 수준이며, 이는 통상적인 국세 증가 규모인 5% 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세제개편안은 근본적인 세입 기반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간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과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중산층을 위해 재원이 쓰여질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앞으로 입법예고, 부처 협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국회 논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