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에워싸는 중국의 무력시위가 이어지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비상 상황시 대만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무도 대만을 떠날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으나 인민해방군의 훈련으로 일부 기업들은 전쟁이나 군사적 봉쇄가 벌어질 경우 인력과 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비상계획을 세우거나 기존의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루퍼트 해몬드-챔버스 미국·대만상업협회 회장은 SCMP에 "기업들은 대만이 봉쇄될 경우 직원과 공급망 이전을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지정학적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기 위한 더 나은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대만 해협의 불확실한 평화와 공급망 붕괴시 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고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기업들이 단기간에 대만 사업을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 협회 회원 누구도 대만을 떠나는 것을 적극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포천 500대 기업 중 7곳이 미국 보안 기업 글로벌 가디언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만에서 인력과 자산 등을 빼내야 하는지 개요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잃은 기업들은 같은 일을 대만에서 당하고 싶어하지 않기에 지금의 대만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에너지 기업부터 은행, 자동차 공급업체까지 최소 37곳의 다국적 기업이 1억 달러에서 24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지난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다국적 기업은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분야 인재를 활용하고자 대만에서 사업을 확장했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과 조립을 위해 여러 대만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가레스 레더 분석가는 "확실히 중국 군사훈련의 결과로 외국 기업들이 직면한 위험이 증가했고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대만 아이거 로펌의 존 이스트우드 파트너는 "외국 기업들은 중국군이 공격을 예고하는 군사력 증강을 목격하면 인력과 자산을 대만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들 기업은 중국이 현재는 침공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대만 해협을 넘어오기 위한 준비는 위성이나 다른 기술을 통해 사전에 감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들 외국인은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가족들을 비행기에 태워 고국으로 보낼 것이며 총격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