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게 팔아도 남는 것 없다"...치킨값 논란 따져보니

박승완 기자

입력 2022-08-26 17:01   수정 2022-08-26 19:18

    치킨 프랜차이즈, 폭리·갑질 논란에 '미운털'
    [앵커]

    대형마트의 반값 치킨이 12년 만에 다시 등장하면서 치킨 논란이 뜨겁습니다.

    과거엔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여론이 컸다면, 이번엔 프랜차이즈 치킨이 폭리를 취한다는 불만이 큰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작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님들은 지금 같은 가격으론 팔아도 별로 남는게 별로 없다며 폭리라는 지적에 억울하다는 입장인데요.

    이 같은 간극이 왜 발생하는지, 폭리 논란의 핵심은 무엇인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유오성 기자가 치킨의 원가 구조를 따져봤습니다.

    [기자]

    "치킨 가격이 한 마리에 3만원은 돼야 한다"

    치킨 값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에 한 프랜차이즈 대표가 내놓은 답변입니다.

    물가가 너무 올라 2만원을 받는 지금도 부족하다는 건데, 6천원대 마트 치킨이 등장하면서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정말 남는 게 없는 것이 맞냐"라는 진실 공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2만원도 부족하다는 치킨 값, 실제로 그런지 한 번 따져봤습니다.

    먼저 육가공업체는 농장에서 생닭을 납품받아 다듬고 염지해 프랜차이즈 본사에 넘깁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를 나름의 노하우로 손질하고 포장해 전국 가맹점에 공급합니다.

    보통 10호 닭을 쓰는데 이 때 공급가는 대략 6천원 선 입니다.

    여기에 닭을 튀기는 기름값(1300~2200원), 임차료·인건비·로열티(1600원), 양념이나 포장 같은 기타 비용(1500~2000원) 등이 붙어 치킨의 원가는 1만2천 원대로 치솟습니다.

    이 밖에도 배달앱에 내는 기본 수수료(1500~2000원), 배달대행비(3000원), 부가가치세(1818원)까지 내고나면 치킨 하나를 팔고 치킨집 사장님이 가져가는 돈은 1,300원 남짓입니다.

    100마리를 튀겨 20만 원도 못남길 바에 배달 뛰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마트 치킨은 원가 구조가 다릅니다. 마트 본사는 육가공업체로부터 사온 생닭을 마트에 바로 납품합니다.

    반값 치킨의 대명사가 된 당당치킨의 경우 무게가 덜 나가는 8호 닭을 쓰긴 하지만 가격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마트는 조리 시설이 이미 갖춰졌기 때문에 따로 설비를 사오거나 임차료, 인건비도 따로 발생하지 않겠죠.

    기름값과 양념, 포장비(1500원)만 더해 판매합니다. 치킨무, 소스도 따로 팔고, 배달 수수료도 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한 마리를 튀겨 팔면 부가세를 떼고도 1000원 가량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치킨 한 마리를 팔아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은 적게는 1,382원 많게는 2,782원이 남고, 마트는 대략 855~1855원이 남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한 마리 팔아 손해는 아니라는 대형마트의 주장과 이렇게 팔아선 남는 것이 없다는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님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는 셈입니다.

    <앵커>

    보신 것처럼 "지금 가격으로는 남는 게 없다", "아니다, 반의 반값에 팔아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 모두 현실적입니다. 소비자들이 결국 문제는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라고 지적하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이유인데요.

    국민 간식임에도 눈엣가시가 된 치킨 가맹 본사,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와 살펴봅니다. 박 기자, 우리 소비자들이 유독 치킨값에 예민하죠?

    <기자>

    사 먹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많기 때문입니다.

    소비량부터 살펴보면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한 명이 1년에 먹는 닭고기는 15.8kg입니다. 가구 기준으로 살펴보면 열에 일곱 집(70.8%)이 한 주에 한 번 이상 닭고기를 먹습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주로 쓰는 닭인 1.5kg 기준으로 연간 10억 마리가 넘는 수준인데요. 이 중 최대 80%를 치킨으로 먹습니다. 어림잡아 어른 한 명이 매달 한두 마리씩은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앵커>

    물론 삼계탕이나 요즘 닭가슴살 형태의 소비도 많아졌다 하지만 치킨이 압도적이죠. 코로나19 상황은 어땠습니까?

    <기자>

    2020년 치킨 가맹점들의 평균 매출은 2019년 보다 8.4% 늘었습니다. 전체 외식업종이 9.0%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죠. 한식(-18.1%), 커피(-15.1%) 역시 20% 가까이 고꾸라지면서 치킨만 `나 홀로 성장`했습니다.

    외식 업종에서도 치킨의 지위는 독보적인데요. 2020년 전국의 치킨 가맹점 수는 2만 5,867개로 확인됩니다. 외식업 전체 네 곳 중 한 곳(22.5%) 꼴로 가장 많습니다. 소비자도, 판매자도 많다 보디 `치킨공화국`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거죠.

    <앵커>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치킨이 배달 특수를 톡톡히 누렸나 보군요. 그렇다면 실적도 좋았겠습니다?

    <기자>

    치킨 가맹본부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은 10%를 넘나듭니다. 최근 5개년 주요 5개 프랜차이즈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인데요. 모두가 한 해도 빠짐없이 매출액을 늘렸습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을 놓고 보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평균 33.8%나 늘었습니다. 지난 5년간 치킨 가맹본부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4.2%였는데요. 이는 도·소매업(2.5%)의 5배이고요, 유사 업종인 피자와 비교해도 (4~8%)의 2배 이상입니다.

    <앵커>

    원가를 뺀 영업이익이 이렇게나 늘었다면 가맹점들보다 한참은 더 벌은 셈이군요. 실적이 이렇게 탄탄한데도 가격을 계속 올린 거군요?

    <기자>

    교촌치킨과 BHC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치킨 가격을 올렸죠. 당시 계획이 없다고 했던 BBQ 역시 지난 5월 가격을 올리며 치킨값 2만 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나란히 인건비, 수수료 및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심각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가맹점주들의 호소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상생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건데, 이후 가맹점에 공급하는 제품 가격도 올린 사실이 전해지며 비판이 일었죠. 가맹점들은 필수적으로 본사 제품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본사 갑질에다 소비자 불매라는 겹악재에 놓인 겁니다.

    [이은희 /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자기네가 희생하고 양보하고 가맹점주를 덜 힘들게 해야 마땅한 거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기 프랜차이즈 본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가 아니잖아요. 그러면 불매운동을 할 수 있어요. 이 치킨을 소비자가 계속 사 먹으면 본사와 가맹점 관계가 좋아지나요? 본사 배만 불리는 거죠.]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도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18년 교촌치킨의 창업주 권원강 전 회장의 친척이 직원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죠. 이듬해(2019년)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권 전 회장은 지난 3월 슬그머니 교촌에프앤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습니다.

    BBQ나 bhc도 상황은 비슷한데요. BBQ 점주들은 본사가 `필수 구매품목`을 정해놓고 구매를 강요한다며, 2019년 이를 최소화하고 마진 공개를 촉구한 바 있죠. bhc는 가맹점에게 해바라기유 구입을 강제한 혐의로 지난 6월 공정위에 신고된 상황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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