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회사채, 예적금으로 자금이동
주식시장에서 높은 배당을 앞세워 투자 피난처 역할을 하던 리츠(REITs)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대형 공모리츠는 연 7%대 배당을 약속하고도, 기관 투자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입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KB금융그룹이 처음 선보인 5천억 원 규모 공모 리츠는 벨기에와 영국에 위치한 우량 부동산 자산을 앞세워 상장를 추진해왔습니다.
벨기에 정부가 사용하는 노스갤럭시타워와 삼성전자 유럽헤드쿼터본부 등을 낮은 금리로 사들여 연 7.76%의 배당수익을 제시한 스폰서형 리츠입니다.
[임현규 / KB자산운용 리츠운용본부장]
"KB금융 계열사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기 때문에 스폰서형 리츠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임대료가 상승하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배당수익률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SK그룹 주요 자산을 유동화한 SK리츠와 롯데그룹의 쇼핑, 물류 자산을 담은 롯데리츠처럼 KB금융이 지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공모 기대가 높았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KB스타리츠는 다음달 중순 상장에서 앞서 지난 16일 일반투자자 공모청약을 진행했는데, 청약경쟁률 2.06대 1에 그쳤습니다.
추석 연휴를 끼고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 26.19대 1로, 2년 전 저조한 성적을 냈던 물류리츠 ESR켄달스퀘어 리츠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KB금융그룹은 금리인상 우려를 감안해 프리 IPO로 3천465억원을 미리 조달하고 상장 시점까지 늦췄지만, 얼어붙은 시장 환경을 피하기에 역부족이었던 겁니다.
주식시장에서 나머지 상장 리츠들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상쇄할 수 있다는 강점이 무색할 정도로 가파른 주가 하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롯데리츠 등 20개 상장리츠는 올해 들어서만 10% 안팎 하락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개 종목은 공모가격인 주당 5천원 미만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KB스타리츠와 비슷한 구조로 벨기에 연방정부 건물로 고배당을 지급하는 제이알글로벌리츠는 FTSE 글로벌 리츠 지수에 편입하는 호재에도 주가는 제자리입니다.
AAA급 우량 회사채 발행금리가 연 4%를 웃돌고 예적금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리츠를 대체할 투자처가 늘어나는 점도 공모리츠 투자 수요를 약화시키는 원인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과 배당 수익률 하락 우려가 더해져 공모리츠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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