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심장' 판교에 겨울이 온다

신동호 기자

입력 2022-10-05 19:54   수정 2022-10-05 19:54

    <앵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여파로 벤처 스타트업 투자 시장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자를 못 받아 문까지 닫는 벤처 스타트업이 늘어난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 IT 바이오부 신동호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신 기자. 2년 전만 해도 벤처 스타트업 시장 상당히 활발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뭇 다르다고요
    <기자>
    네 그야말로 본격적인 혹한기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많은 벤처스타트업이 자금 경색으로 허덕이는 모습인데요,
    실제 일선에 있는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느껴집니다.
    올해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액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스타트업은 불과 16%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한상의 자료)
    투자가 줄었다고 답한 기업의 절반가량(47.8%)은 투자금액이 지난해와 비교했을때 50% 이상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대다수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실질적으로 투자유치 금액이 많이 줄었다고 느꼈군요.
    대체 얼마나 줄어든건가요?
    <기자>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집계) 7월 기준으로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8,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하면(3조660억원) 70% 넘게 줄었습니다.
    기간을 넓히면 투자 감소세는 더 확연한데요. 올해 상반기 VC 투자액은 약 4조원으로 지난해 하반기(4조6100억원)보다 6천억원가량 감소했습니다.
    올해 2·4분기 투자액(1조9200억원) 역시 직전분기(2조800억원)보다 1600억원 감소하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 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자를 못 받아 문 닫는 신생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성장성을 인정받아 이름이 많이 알려진 스타트업이 폐업 기로에 놓이는 일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앵커>
    수치로 알아봤는데요 그렇다면 실제 기업들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최근 회원 75만 명의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오늘식탁’은 최근 전 직원 80여 명을 권고사직했습니다. 게임사 ‘베스파’도 지난 6월 직원 105명 전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었죠.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주목받았던 모바일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유저해빗’은 지난달 문을 닫았습니다. 창업 3∼7년 차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넘고도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몇몇 기업들의 상황을 말씀드렸는데 취재해보니 투자금을 유치 못해 인원을 감축하거나 월세조차 내지 못해 회사를 아예 옮기는 경우도 있었고요. 아예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M&A또한 이뤄진 경우가 많았는데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총 79곳의 스타트업이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 됐으며, 이중 절반은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더 큰 문제는 여러 벤처스타트업들 가운데 일부 인기 있는 업종을 빼면 투자유치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벤처스타트업의 특성상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를 했던것과는 달리 이젠 눈으로 보이는 실적을 따지며 투자한다고 합니다.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는 환경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벤처 스타트업들 얼마나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지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보관용기를 꽂자 신선한 콜드브루 커피가 잔에 채워집니다.
    앰플 방식의 이 커피는 국내 스타트업 엔투폴스가 개발한 겁니다.
    유명 백화점 시음행사에서 하루 300만원씩 팔려나가고 미국 슈퍼마켓 체인점 크로거로부터 500만개 납품제안을 받아 계약도 했습니다.
    이렇게 국내외에서 밀려드는 제안만 100억 원 규모에 달합니다.
    물량을 맞추려면 20억 원 가량을 들여 생산설비를 늘려야 하는데 이 돈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 이재오 / 엔투폴스 대표 : 많은 오더가 들어오면 올수록 감당이 안 됩니다. 생산을 해줄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 보니까 이런 기회를 놓치고 있는 상태입니다. (투자를 받으려면) 3년 치의 재무재표가 필요하고 이 모든 것들이 장벽으로 느껴집니다. 앞으로의 미래가치와 현재 오더를 받은 것을 보는 투자자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
    애니메이션 웹진 플랫폼 ‘아니나’를 운영하는 애니다이어리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하루 이용자가 30배가량 늘어나도 자금이 부족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50여 차례에 걸쳐 투자사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좌절했습니다.
    [ 박현수 / 애니다이어리 대표 : 뽀로로 같은 것도 아기상어 같은 것도 1억만뷰 넘고 했어도 불신이 있는 거에요. 이게 돈이 되겠어? 라는 게. (인기 투자처가) 인공지능, IT, 4차산업, 콘텐츠라고 하면 영상 웹툰, 게임이지 애니메이션은 아니다보니까. ]
    이들 기업이 투자유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겪은 어려움은 투자사들의 보수적인 태도입니다.
    기업의 성장성보다 과거 실적을 따지고, 인기 있는 IT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 받습니다.
    [ 최성진 /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 스타트업은 결국 혁신성이나 성장성으로 보고 판단해야 되는데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자 해서 가령 매출이라고 하면 충분히 혁신성과 성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 기준에서 탈락하는 경우들이 있어서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소식에 스타트업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앵커>
    업종에 따라 투자여부가 다르다고요? 벤처스타트업 하면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는 건데 어떻게 이럴 수 가 있죠?
    <기자>
    최근 직접 만나본 한 F&B 스타트업의 경우 정부에서 진행하는 투자기준에 대해 현실과 너무 거리가 있고 낡은 관습만을 내세운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기업의 경우 기술보증기금에 투자유치를 요청했는데 현재 해외 오더가 들어온 상황이나 미래 가능성을 봐야 하는데 최근 3년간의 재무제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벤처 스타트업의 특성상 최근 매출이 미미할 수 있는데 기보의 경우 투자유치 기준에 실적을 가장 중요시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R&D 사업 투자는 SW쪽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물론 최근(4일) 기보가 보증을 확대하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소위 되는곳에만 투자가 집중되는 투자 부익부빈익빈이 이뤄지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꼬집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벤처투자 예산도 줄었습니다.
    민간 투자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정부의 모태펀드 벤처투자 예산은 대폭 줄었습니다.
    <앵커>
    다만 그동안 우후죽순으로 투자됐던 시장이 이번기회에 오히려 좋은 기업들을 선별할 수 있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기자>
    네 최근 수년 동안 돈이 넘쳐났다면, 이제는 옥석 가리기를 하는 때가 왔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시중 유동성이 넘치던 시절에는 VC나 PE 등 투자가들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고금리로 투자 혹한기가 된 지금은 진짜 성장성이 있고 미래성을 따지면서 기업 순익을 따지고 있습니다.
    <앵커>
    고금리 투자 혹한기 시대에 위축되고 있는 벤처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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