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추가 인상…"물가 잡으려다 가계·기업 허리 휜다"

김보미 기자

입력 2022-10-12 19:02   수정 2022-10-12 19:02

    <이근형 앵커>
    이번 금리인상으로 우리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허정민 앵커>
    과격한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 김보미 기자와 심층 분석합니다.
    김 기자, 이번 빅스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겠죠.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요.
    <기자>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가 5%대에서 눈에 띄게 떨어지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인상으로 계속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보면 8월에 이어 두달 연속 낮아졌지만, 아직까지 5% 중반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1분기말 기준금리가 최고 3.50~3.75%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이창용 총재 역시 오늘 간담회에서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현재 다수의 금통위원들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시장 예상치보다 최종금리를 더 낮게 보는 일부 금통위원들도 있다”며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인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실제로 오늘 금통위에서도 위원 7명 가운데 2명은 25bp 인상이 적절하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이근형 앵커>
    오늘 증시상황만 놓고보면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시장에 충격보다는 안도감을 줬다는 인식이 강해보이는데 말이죠.
    일단 한미 금리차가 25bp로 줄긴 했는데, 앞으로 남은 금통위를 보면 미국은 11월과 12월. 우리는 11월 한번만 남았거든요.
    다음달에도 한국은행이 빅스텝 가야되는 상황 아닐까요?
    <기자>
    이 총재는 일단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11월 인상 폭은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도 현재 이견이 많고 고려할 점이 많아서 당장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는데요.
    다만 과거 이 총재가 한미 금리차 용인 폭을 100bp, 1%p 내외로 제시했던 걸 떠올려 본다면, 다음달에도 50bp를 올리는 더블 빅스텝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미국이 11월, 12월 FOMC에서 각각 75bp, 50bp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이렇게 되면 한미금리역전폭이 지금은 25bp이지만 100bp, 150bp로 다시 확대되거든요.
    우리나라가 다음달 50bp로 인상해도 겨우 100bp가 맞춰지는 것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금리역전폭이 1%p 이상으로 커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8.4%p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물가 못지않게 환율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미국 11월 FOMC 이후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허정민 앵커>
    이창용 총재가 이번에 50bp를 결정한 중요한 배경이 환율 문제였다라고 언급을 했고, 실제 통방문에도 환율이 배경으로 처음 거론이 됐습니다.
    그간 25bp씩만 올리겠다고 했던 이유가 가계부채 때문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환율 부담에 어쩔 수 없이 50bp를 올렸다.
    당장 차주들한테 부담이 상당하겠는데요?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현재 4~7%대인데, 연말까지 최고 8%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가계대출 차주의 약 80%(잔액 기준)가 변동금리를 택하고 있어서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빅스텝으로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는 6조 5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금리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8월부터 따져보면 총 34조원 가량 이자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차주 한 명당으로 본다면, 지난 14개월 동안 무려 160만원이나 연간 이자 부담이 확대됐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문제는 취약차주인데요.
    현재 38만여 가구가 보유 자산을 모두 내다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부채 규모로 보면 전체의 6.2%, 약 69조원 수준인데요.
    그만큼 원리금 부담 확대에 취약한 차주들이 많고, 이들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근형 앵커>
    어제보니까 전세대출은 94%가 변동금리더라고요.
    이렇게 이자부담이 올라간다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는 상당히 부담을 줄만한 요소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 관련 대출입니다.
    여기에 주택관련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신용대출까지 더한다면 그 비중은 67%까지 올라가는데요.
    이자부담이 늘면서 주택 구입 수요가 줄자, 집값도 올들어 계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전국 아파트 중위 가격은 지난달 기준 4억 8818만원으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요.
    최근 5년 내 고점(2021년 10월 5억 3294만원) 대비로는 현재 8.4% 가량 떨어진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은 집값이 20% 정도 떨어지면, 대출자가 부동산 등과 같은 보유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기가 힘들어 진다고 보고 있는데요.
    특히나 지난해 영끌, 갭투자로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이 많았고 또 이들 중 일부는 현재 주담대 원리금 확대에 따른 부담,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급급매로 물건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어서요.
    집값 하락을 가속화시키고 부실차주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로나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유예조치를 또 연장했죠.
    그리고 최저 연 3.7% 고정금리 주담대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의 적용 대상 역시 현재 집값 6억원대 차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근형 앵커>
    정부 안심전환대출이 주택대출자 대상인데, 정작 전세대출자들을 위한 전환상품은 안나오고 있습니다.
    결국은 세입자 전세대출이 집주인의 매수자금이기 때문에, 세입자 이자부담이 집값 하락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지적.,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허정민 앵커>
    기업들은 어떻습니까.
    최근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잖아요.
    <기자>
    은행권 기업대출 규모는 8월 기준 1,146조원으로 특히 7,8월 두 달에만 21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금리인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에서 두달 사이 크게 증가했는데요.
    이번 빅스텝에 이어 다음달 25bp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국내 기업의 연간 이자부담액은 9조2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나아가 다음달에도 빅스텝을 단행한다면 이자부담 증가액은 12조원대로 올라서게 되는데요.
    문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점입니다.
    전경련에서는 금통위에서 이번에 25bp만 인상해도 국내 대기업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못 갚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었는데요.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은 50bp 인상이 이뤄진 만큼, 자금난에 처하는 기업들이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중소기업을 포함해 전체로 본다면, 지난해말 14.9%였던 한계기업 비중이 올해 말에는 최대 18.6%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특히 한계기업의 경우 비은행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은행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본이 취약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한계들의 부실이 나타날 경우 금융 시스템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근형 앵커>
    금융시스템 붕괴도 문제지만 사실 기업들 줄도산을 한다면, 우리 증시도 그렇고, 일자리도 그렇고 전방위적으로 큰 타격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는데요.
    한계기업이 가장 많은 업종이 바로 제조업(40.4%) 그 중에서도 특히 자동차 제조업이라는 점입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과 총수출액의 약 12%를 차지하는
    그야말로 핵심 기간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데요.
    전후방 관련 종사자만 190만명에 달해 총고용의 7.1%를 차지할 정도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은 이미 코로나19와 원자재 가격 폭등, 여기에 미래차 시대로의 사업전환 미흡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걷고 있는데요.
    금리인상으로 자금 조달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중소 부품 제조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진다면,
    자동차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고용, 수출 경쟁력까지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허정민 앵커>
    자, 우리 경제에 부담을 무릅쓰고 이렇게까지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이유가 물가 때문아닙니까.
    앞서 추경호 부총리가 예상했던 물가 정점은 이번달이었는데, 정작 한국은행에선 한동안 5% 이상 간다고 봤단 말이죠.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오늘 “물가상승률이 10월 정도부터는 어느 정도 정점에 갈 것 같지만, 상당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오늘 간담회에서 “내년 1분기까지 5~6%대 이상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물가를 자극할 변수는 다시 꿈틀거리는 국제유가와 환율,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입니다.
    특히 국제유가의 경우 OPEC과 OPEC+가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는데요.
    200만 배럴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2%에 달하는 규모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감산 폭이고요.
    이에 따라 연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허정민 앵커>
    물가가 상당기간 잡히지 않을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질 텐데요.
    심지어 일각에서는 현재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초기에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섣불리 스태그플레이션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경제 상황을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조건들을 하나씩 충족해나가고는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스태그플레이션 판단 기준은 크게 3가지인데요.
    첫 번째 물가상승률 조건은 이미 만족했습니다.
    3.59%를 넘어야 하는데 이미 5%를 상회하고 있죠.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조건은 조금 아슬아슬합니다.
    GDP갭이 마이너스여야 하는데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GDP갭은 올해 제로(0) 수준에 이르겠지만 내년 이후로는 소폭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허정민 앵커>
    심층분석, 김보미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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