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못 버틴다"…16만 가구 밀어내기 분양

방서후 기자

입력 2022-10-21 19:06   수정 2022-10-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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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분양가 규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을 미뤄온 건설사들이 연말이 닥치자 물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밀어내기 분양을 하는 건데요. 과연 건설사들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취재기자와 알아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연내 분양을 앞둔 사업장이 그렇게 많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올해 4분기 전국 분양 예정 단지는 15만7,30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늘었습니다.

    눈 여겨 볼 부분은 분기별로 살펴봐도 4분기 물량이 가장 많다는 점입니다.

    통상 봄이나 가을을 분양 성수기라 하고 겨울은 비수기로 통했는데, 이 법칙이 깨진 겁니다.

    특히 10대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1천가구 이상 대단지도 전체 물량의 40%가 넘는 6만7천가구에 달합니다.

    대형건설사들까지 이렇게 바쁘게 물량을 털어내는 원인으로는 단연 금리가 꼽힙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개편되기를, 또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공사비에 제대로 반영되기를 기다리며 분양을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뤘더니, 금리가 너무 올라버린 겁니다.

    금리가 오르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비롯해 주택 사업에 필요한 금융 비용이 늘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PF 대출 금리는 선순위 기준 연 10%가 넘습니다.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올랐고요. 그나마 금리가 낮은 편인 선순위 대출이 이 정도인데 후순위 대출은 거의 대부업체 수준이겠죠.

    게다가 내년 부동산 경기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더 나빠지기 전에 털고 가자, 이런 분위기인 겁니다.

    <앵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 분양을 하면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나요?

    <기자>
    건설사 입장에서 미분양 자체는 당장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시공사의 경우 수분양자들의 계약금이나 중도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준공 전까지만 물건이 팔리면 됩니다.

    하지만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안팔렸다는 건 쉽게 말해 외상 공사를 했다는 뜻이죠.

    분양 대금을 받지 못한 건설사들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는 곧 손실을 확대시키는 요인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2,72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이 가운데 22%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청약 불패라 불리던 서울에서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면서 건설사들의 주름이 깊어진 상황입니다.

    <앵커>
    아마 그런 건설사들 중 하나가 최근 무성한 소문에 휩싸인 롯데건설이겠죠.

    최근 7천억원의 자금을 계열사로부터 끌어온 것을 두고 부도 위기설까지 제기됐는데요. 롯데건설, 도대체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아무래도 롯데건설이 시공능력 10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라 이번 부도설이 더 충격으로 와닿는 것 같은데요.

    단적으로 부도는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올 만큼 시장의 돈줄이 말랐다는 게 업계의 해석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국채만큼 안전하다 여겨졌던 지자체 보증 채권까지 부도 처리됐습니다.

    지자체도 부도를 내는데 일반 기업을 뭘 믿고 돈을 빌려주느냐는 심리가 시장에 형성됐고,

    이에 따라 보통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인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서 계열사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던 거죠.

    실제로 롯데건설과 비슷한 신용등급인 A+급 회사채들이 연 6% 이상의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투자자를 모으지 못하는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롯데건설이 롯데케미칼로부터 지난 18일 2천억원 유상증자를 받고 이틀 만에 5천억원을 추가로 빌리면서 총 7천억원을 융통했는데요. 자금을 끌어쓰는 목적에 대해 `운영자금 조달`이라고 밝힌 점도 이를 방증합니다.

    기업들이 운영자금을 조달하려면 회사채를 발행하지 계열사의 돈을 빌리지는 않는다는 거죠.

    결국 롯데건설은 6%의 회사채를 찍어봤자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테니 차라리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주고 계열사에 돈을 빌리자, 이렇게 결정한 것이고요.

    바꿔 말하면 롯데건설 정도 되는 회사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울 만큼 자금 경색이 심각하다는 뜻이고,

    당연히 이런 일은 롯데건설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앵커>
    그럼 또 하나 의문이 드는 게. 롯데건설의 재무는 괜찮은데 외부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 건가요?

    어쨌든 유동성이 부족하니까 회사채 발행이나 대출 등의 방법을 이용하려고 했을 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라는 지표가 있는데요. 이것이 플러스로 유지되거나 이전보다는 늘어나야 회사의 현금흐름이 양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영업부문 현금창출력을 판단할 때 영업이익보다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더 중요하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76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59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6천억원 넘게 현금을 까먹은 거죠.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도시정비사업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수주한 부작용이 이제야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롯데건설은 올해 도정사업 누적 수주 4조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고 성과를 냈습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서울권에서 따낸 실적입니다. 서울에서만 보면 롯데건설이 도정 수주 1위 업체입니다.

    한 마디로 경쟁이 치열한 곳만 골라서 들어갔다는 거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했고,

    지금도 대어로 꼽히는 한남2구역을 따내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서도 비용이 들지만 수주를 한 뒤에도 착공 전까지는 계속 비용이 나갑니다.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가운데 이런 미착공 사업장은 70%에 달합니다.

    <앵커>
    롯데건설 같은 대형사도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데,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은 상황이 더 힘들 것 같습니다.

    <기자>
    지난 달 말 납부 기한이 도래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한 우석건설이 1차 부도가 났습니다.

    우석건설은 충남 지역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중견 건설사고요. 지난해 매출만 1,200억원이 넘는데도 이런 상황을 맞은 겁니다.

    지방에서 주로 사업을 하는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특히 땅부터 매입해서 건물을 올리는 자체 사업이 많기 때문에 PF 대출 부실이 주는 타격이 대형사보다 더 큽니다.

    실제로 50가구 미만 주택 사업 등에 주력하는 건설사 중엔 사업을 도중에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삽도 못 떴으니 밀어내기 분양조차 못하는 거죠.

    이들은 롯데건설처럼 계열사의 지원을 받거나 대형사처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줄도산 공포가 더욱 커지는 상황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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