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이번달 기준금리 결정을 놓고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허정민 앵커>
25bp냐 50bp냐. 금리 인상폭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들 짚어봅니다.
한국은행 출입하는 김보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일단 한국은행 금통위가 24일입니다. 내일 새벽에 나오는 FOMC 결과를 보면서 방향을 정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5~6%대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경우 금리인상 기조를 계속 이어나갈 것”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다만 인상 폭에 대해서는 “미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비롯한 대외 여건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때문에 이번 FOMC에서는 금리인상 폭도 물론 중요하지만, ‘연준의 속도조절론’에 대해서 제롬 파월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가 한은이 주목하는 주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근형 앵커>
25bp냐 50bp냐. 이번에는 시장에서도 전망이 상당히 팽팽하다면서요?
<기자>
네. 오늘(2일) 국내 채권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금리인상 전망치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연락이 닿은 국내 18개 증권사 가운데, 10개 리서치센터에서 25bp 인상을 예상했습니다.
50bp인상을 전망하고 있는 곳은 7곳이었고요.
나머지 한 곳은 확률이 반반이어서 11월 FOMC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허정민 앵커>
연준이 75bp 얘기가 나오는데도 25bp 전망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기업들 자금 경색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는 뜻이 되겠는데요.
아예 동결을 전망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특히 외국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이같은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씨티그룹은 당초 25bp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면서도, 금리 동결에도 가능성을 추가로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고요.
노무라증권의 경우에는 “11월 25bp 인상을 끝으로,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가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는데요.
이유는 ‘추가 금리 인상을 버텨낼 수 있는 경제 체력이 없다’였습니다.
레고랜드발 자금 시장 경색 해소를 위해 현재 150조원에 가까운 유동성이 공급되고 또 투입을 예고하고 있지만, 시장 긴장감은 여전히 높은 상황인데요.
여기에 금리인상을 급격하게 단행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이태원 사고로 내수 소비 심리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게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 같은 분석이 어제(1일) 공개된 10월 금통위 회의록에서도 포착됐다는 점인데요.
전체 7명 금통위원 가운데 25bp 인상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던 2명은 “국내 경기 하강을 가속화하고 금융시장 불안정을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제는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근형 앵커>
레고랜드발 리스크가 심각해진 게 10월 금통위 이후기 때문에 확실히 이달에는 저 2명보다 더 많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경기침체 우려가 실제 지표로 확인이 되는 게 있습니까?
<기자>
올해 우리나라 실질 GDP성장률 자료를 같이 보시겠습니다.
1분기 0.6%, 2분기 0.7% 성장을 기록하다가 3분기 들어 반토막이 난 모습인데요.
이것도 그나마 반도체업황 악화 등에 따른 수출 부진 속에서, 민간 소비와 내수가 버팀목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수 소비 심리 마저 위축될 위기에 처해있어서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허정민 앵커>
이렇게 25bp 인상 가능성을 주목해서 봤는데, 반대로 50bp 그냥 올릴거다 라는 시각도 많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이죠?
<기자>
무엇보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리크스 부담이 클 것이라는 게 50bp 인상을 예상하는 증시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금리 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게 되면 외화 유출이 확대될 수 있고, 또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물가가 올라 전체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는데요.
지난달 한국은행의 빅스텝 단행도 바로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10월 금통위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요.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던 것처럼 물가 상승폭은 오히려 더 확대됐고요.
142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원달러환율은 연말까지 15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한미 금리차 용인 폭을 100bp 내외로 보고 있는데요.
미국 연준이 이번에 자이언트스텝, 즉 75bp 인상을 단행한다면 한미 금리 격차는 이미 100bp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죠.
FOMC는 12월에 한번 더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달 금통위로 올해 금리 결정이 마무리되는 한은으로서는 부지런히 보조를 맞춰야 하는데요.
12월 FOMC에서 또 최소 50bp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이달 금통위에서 50bp를 추가로 올려야 100bp 수준을 겨우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있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근형 앵커>
확실히 지난달 50bp 올리고 나서 환율이 일부 하락하는 효과는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번에도 50bp를 올렸을 때 우리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됩니까?
<기자>
당장 대출금리 상단이 8%를 바라보게 될 겁니다.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4.97~7.49%를 나타났는데요.
한달 전과 비교했을 때, 대략 한국은행 빅스텝분만큼 올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50bp가 추가로 더 오른다라고 한다면 금리상단은 8%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수 있겠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거의 14년 만에 8%를 넘어서게 되는 겁니다.
전세대출과 신용대출도 비슷한데요.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7.2~7.3%대였는데 빅스텝 단행 시 역시나 연말까지 8%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그만큼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가계소비 여력이 위축되고, 연쇄적으로 경제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다는 의미이고요.
채권 시장의 경우에는 자금 경색이 한층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옵니다.
물론 현재 정부가 나서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시장이 완전히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1년여 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큰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단기채권 금리가 다시 뛰면서 안그래도 위축돼 있는 매수 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 수 있고 기업들의 자금조달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단기채권으로 분류되는 CD(91일물) 금리와 CP(91일물) 금리는 각각 3.970%, 4.670%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최고기록을 또 경신했습니다.
<허정민 앵커>
가계대출 이자부담하고 기업들 자금조달 부담이 심화된다, 그렇다면 25bp 인상은 좀 다를까요?
<기자>
25bp 인상 역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경제 충격의 크기에서 차이가 날뿐 연쇄적 파급 효과는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다만 채권 시장의 경우에는 25bp 금리를 올린다 하더라도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채권금리의 추가 상승재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가 나오고 있고요.
전문가들이 25bp 인상에서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는 환율 변동성.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미 금리격차가 125bp까지 벌어지게 되는 만큼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500원을 연말까지 원달러환율의 1차 심리저항선으로 보고 있는데요.
환율이 오르게 되면 전체 물가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어서, 자칫 금리인상 기조 장기화 우려를 낳는다는 점에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참고로 올해 상반기 물가상승률 4.6% 가운데 고환율이 기여한 비중은 0.4%p나 되는 것으로 추정이 됐습니다.
<이근형 앵커>
많이 올리면 이자부담이 걱정이고, 적게 올리면 외화유출이 걱정이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입니다. 김보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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