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집 커진 와인 시장…정보는 태부족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 규모는 지난해 7,311억 원에 이른다. 2017년 2,743억 원이던 것이 2020년 4,310억 원으로 올랐고, 홈술과 혼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1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시장이 커진 만큼 종류도 늘어 지난해 2만5천종의 와인이 국내 시장에 유통됐다.
와인 시장 몸집은 커졌지만 와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인플루언서를 통해 와인 정보가 유통되지만 친절하지가 않다.
대부분 텍스트로 이뤄져 가독성이 낮은데다 이마저도 와인 소비자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고 대부분 동일해요. 와인과 와이너리에 대한 정보가 전부죠. 그러다보니 와인 입문자가 소비자로 접근했을 때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고, 흥미를 잃을 수 있는거죠."
와인바나 바틀샵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자신들을 알릴 방법이 부족했다. 와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와인을 취급하는 곳이 늘었지만 와인을 파는 공간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영업을 다녀보니 와인 시장은 급속히 커지고 있지만 알맹이는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와인샵들도 단순히 와인을 파는 것에 그칠지 아니면 추가로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하는 단계기도 했고요. 와인 클래스 같은 가욋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다양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홍보를 어려워 합니다"
한용운 대표는 정보를 가진 사람과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두 집단을 이어주는 마땅한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에 사업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와인하이커는 와인 전문가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어요. 와인샵은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를 모으고, 소비자는 여기서 와인 정보를 나누고 합리적인 소비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와인샵은 판매, 결제 등 서비스를 통해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제품, 콘텐츠,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점주들 "출시만 기다려"
와인하이커는 와인 제품 정보와 콘텐츠, 결제까지 가능한 와인 전문 원스톱 서비스다. 와인샵 점주들은 와인하이커를 통해 와인 클래스를 열고 자신들이 가진 와인 지식을 나눈다. 소비자들은 와인샵을 방문해 실제 와인을 맛 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얻는다. "와인은 보틀샵을 통해 판매가 되는데 와인 종류가 많아 구매 후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이러다보면 와인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소비자들이 이탈할 유인이 되거든요. 저희는 전문가랑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와인시장 발전에 기여하려 하는거죠"
와인하이커 서비스의 핵심은 위치기반 기술을 활용해 와인 접근성을 높인다는데 있다. 동네 와인샵이 와인 관련 콘텐츠를 공유하는 모임을 개설하면 평소 와인에 관심 있던 동네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태다. 주최자가 열고자 하는 모임 형태는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하다. "점주들은 와인 관련 문화에 대해 지식들이 있고, 이런 걸 나누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요. 단순히 판매 뿐 아니라 와인이 줄 수 있는 문화, 놀이로도 확장할 수 있는거죠.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 문화를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 저희 목표인 셈이죠"
실제 1년여에 걸친 테스트 결과는 서비스 성공을 기대하게 만든 밑거름이 됐다. 주택가에 위치했던 한 와인 매장은 6차례에 걸쳐 와인 클래스를 열었는데,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서래마을에 있는 작은 와인샵인데, 대로변이나 접근성이 높은 매장은 아니었어요. 직장 퇴사 하시고 와인샵 운영하시던 분인데 위치가 좋지 않아 홍보에 대한 고민이 크신 상태였거든요. 와인 클래스를 열고 6차례 진행했는데 모두 매진이 됐고, 와인 구매까지 이뤄져서 추가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와인은 주류에 속해 현행법상 배송 자체가 불가능하다. 온라인 결제를 해도 어쩔 수 없이 매장에서 수령해야 하지만 그러면서 커뮤니티 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애초 기획도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고 관련 콘텐츠를 오프라인에서 즐겨보라는 거잖아요. 오프라인 매장들은 고객 풀을 계속 넓혀갈 수 있고, 여기서 파생되는 비즈니스 기회를 파악할 수도 있는거죠"
▲ 영업맨 출신이 바꾸는 와인 유통…롯데도 투자
한 대표와 정 COO는 주류 대기업 영업맨 출신이다. 두 사람은 와인 시장이 한창 커나가던 시절 함께 시장을 개척해 왔고, 와인 시장 유통구조가 어떻게 왜곡되는지 직접 경험했다. "와인 유통시장은 여전히 폐쇄적이예요. 수입상을 통해 직접 받으면 싸고, 도매상을 여러 번 거칠 수록 비싸지죠. 또 프로모션이 얽히면 가격 구조가 복잡해집니다. 가게마다 와인 가격이 다른 이유입니다."
이런 와인 유통구조가 지속되다 보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 와인하이커는 와인 가격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유통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통시장이 소비자 관점으로 바뀔 수 있다면 와인 시장이 오히려 더 성숙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롯데칠성음료 사내벤처로 시작한 와인하이커는 지난 11월 1일부로 분사를 확정지었다. 사내벤처 제도를 5년째 운영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지만 사내벤처 분사는 이번이 두 번째일 정도로 흔치 않다. "사내 창업도 가능하지만 따로 그 보다는 분사를 해서 유연한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회사를 더 키울 수 있겠다고 판단했고요. 회사에서도 투자금을 지원해주다보니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와인하이커는 이달 내로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 출시 전에만 서울 시내 500개 와인샵 가운데 60여개 매장이 서비스 동참 의사를 밝혔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사람이 모이는 플랫폼 기능을 키워 데이터를 쌓겠다는 것이 일차 목표다. 이를 통해 수입사들이 와인하이커를 통해 직접 와인을 팔고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와인을 사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돈이 남는 구조는 아니예요. 하지만 우리 플랫폼을 통해 수입사들이 와인을 팔면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그러면 소비자들은 와인을 좀 더 저렴하게 사갈 수 있겠죠. 궁극적으로 와인과 관련한 모든 체험을 경험하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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