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업 신용등급에 경기침체와 유동성 위기 상황이 본격 반영되며 `무더기 강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 후보군 명단에는 상당수 기업이 쌓여가는 형국이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된 기업 수 대비 상향조정된 기업 수의 비율도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는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3사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신용등급 하향 검토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현재 각사는 10∼20여곳 기업들을 등급 강등 후보군에 올려놓은 상태다.
신용평가사들은 보통 6개월 이내의 단기간에 등급변경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등급감시대상)과 1∼2년 장기간에 걸쳐 변경을 검토하는 후보군(등급전망)으로 구분한다.
롯데 계열사가 최근 등급 하향 후보군에 오른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결정하자 나이스신용평가는 인수 대금과 추가적인 신규 투자자금 투입 등에 의한 연쇄적인 재무부담 확대를 우려해 롯데지주와 롯데렌탈, 롯데캐피탈 등 계열사 상당수를 등급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추가했다.
올해 초 광주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 붕괴사고 이후 수주 경쟁력 저하 등에 시달린 HDC현대산업개발과 지주사 HDC도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장단기 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내년 `줄강등`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신용등급이 후행지표이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보통 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에 대해 6월 말까지, CP 신용등급은 12월 말까지 정기평가를 마친다.
따라서 매년 상반기 진행되는 회사채 신용등급은 직전 연도 재무제표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물론 특정 기업에 대형 이벤트가 발생하면 정기평가 외에 수시평가가 진행되나 상당수 신용등급은 정기평가 때 조정된다.
이로 미뤄볼 때 올해 불거진 경기부진이나 회사채 시장 유동성 위기 등 현재 기업들이 겪는 복합적인 리스크는 내년부터 신용등급에 본격 반영된다.
올해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 수가 상향 조정된 기업 수보다 많았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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