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 가해진 포격이 가까스로 심각한 핵사고를 피했을 정도로 위험한 수준이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평가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IAEA는 전날(19일) 오후 6시께 자포리자 원전에 첫 포탄이 떨어진 뒤 한동안 잠잠하다가 20일 오전 9시15분께 연쇄적인 포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40분 이내에 12건 이상의 폭발음이 들렸고 이후로는 다시 원전 일대가 조용해졌다고 IAEA는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에 상주 중인 IAEA 소속 전문가들은 방사성 폐기물 저장 건물과 냉각수 저수지 집수 시스템, 응축수 저장 탱크 등지가 포격에 파손됐다고 보고했다.
6개의 원자로 가운데 1개와 연결되는 전력선, 원자로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 등도 손상됐다.
포격 이후에도 원전 주변의 방사능 수준은 정상을 유지했고,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피해는 다행히 심각한 핵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IAEA는 평가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핵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음에는 운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로시 총장은 "이번 포격은 원전 보안 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킬로미터(㎞)가 아니라 미터(m) 단위로 가까워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원전 포격은 막대한 위험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20일 프랑스 BFM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 광기를 멈춰야 한다"며 원전을 "정당한 군사 표적"으로 삼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원전에 전기를 공급하는 곳도 공격을 받았다며 "이렇게 원전을 직접 공격하는 일은 지난여름 이후 없었던 만큼 상황이 명백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19일 오후 포탄이 처음 떨어지고 나서 20일에도 총격이 오가고, 폭격이 다시 시작돼 현장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너무 위험했다"고 전했다.
IAEA 전문가들은 21일 원전 부지 내 피격 현장을 살피면서 이번 포격이 원전 시설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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