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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주식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2-12-05 08:15  


2023년, 토끼의 해인 계묘년을 앞두고 경기, 금리, 주가, 환율, 부동산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예측방법을 다뤘다. 지난주부터는 주식부터 실제로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은가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주에는 두 번째 주제로 ‘R`단어 지수로 본 주가반등시점은? 왜 팔 때 못 팔고 사나?…‘립스틱 효과’, ‘치마끝선 법칙’을 다룬다.
‘R`단어 지수로 본 주가반등시점은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 중의 하나가 주가가 추세적인 하락세가 멈추고 반등하는 시점을 잡는 일이다. 주식 투자의 성공 여부는 반등 시점을 어떻게 포착해 잡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반등 시점을 잡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주가와 경기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기를 파악하는 방법 가운데 ‘R 단어지수(R-word index)’라는 것이 있다. 이 지수는 미국의 뉴욕 타임스지, 워싱턴 포스트(최근에는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실린 ’경기 침체(Recession)‘의 빈도수를 추적해 만든 것으로 1981년, 1990년, 2001년, 2009년의 경기 전환점을 정확하게 예측해 유명해진 증시판단지표다.

R 단어지수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텍스트 마이닝 기법의 일환으로 주식 투자자들이 경기가 좋아진다는 어조는 ‘+1’, 나빠진다는 어조는 ‘-1’로 빅 데이터 지수를 산출해 체감경기(주식 투자는 지표경기보다 체감경기가 더 중요하다)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주가를 예측하고 매매하는 기법을 말한다. 최근처럼 주가 결정에 심리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할 때에는 이 기법이 유용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1년 반이 되는 시점에서 R 단어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21년 3분기 이후 미국 언론에 R 단어가 쓰인 기사 수는 600건이 넘는다. 비록 1981년, 1990년 때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경기둔화에 우려가 높아지면서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진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점론(peak out)’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1년 9월에 발표한 중간 전망에서 1년 전부터 상향 조정해오던 미국 경제 성장률을 처음으로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과거 미국의 전형적인 경기 침체기가 약 10개월 동안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침체기가 온다면 2022년 내내 지속될 확률이 높다. 요즘 유행하는 ‘바퀴벌레 이론(cockroach theory)’에 따르면 앞으로 침체기 온다면 그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이 이론은 부엌 싱크대에서 발견된 바퀴벌레는 벽이나 바닥에 숨어 있는 떼의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위험성을 잘 설명해 줬다.

하지만 주가는 경기 침체 그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 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떨어진다. 1990년 이후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친 침체기의 주가 흐름을 보면 `R‘ 단어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한 시점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기준으로 평균 25% 하락했다. JP모건 등이 앞으로 미국 증시가 조정국면이 오면 20∼30% 하락할 것이라는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투자자의 기대심리가 주가 결정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경기침체가 끝나기 약 3∼4개월 전부터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해 주가와 경기와의 관계를 본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2020년 3월 이후 코스피 지수가 불과 한 달 만에 40% 이상 폭락했다. 주식 투자 수익률은 위험을 감수한 대가라는 차원에서 보면 주가가 떨어질수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그때 주식을 사두면 큰돈을 벌 수 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이때부터 급등해 1년 반 만에 2배 이상 급반등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코스피 지수가 많이 올랐고 증시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어 작아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익이 나기 힘들다. 수익이 나더라도 기저 효과 때문에 수익률은 둔화되는 대신 오히려 정점론과 테이퍼링 가능성 등에 따라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놓아야 한다. 하지만 “나만 투자기회를 놓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 족은 뒤늦게 주식을 사기에 바쁘다.

이때가 중요하다. 코로나 이후 주가가 올라갈 때 수수료 등으로 수익이 많이 난 증권사들은 ‘앞으로 주가가 더 올라갈 테니 떨어질 때마다 저가 매수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주식 투자자는 그런 조언을 액면 그대로 따라갈 수 없다. 뒤늦은 낙관론의 무서운 점에 대해 저명한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뒤늦은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이때 태어난 그릇된 비관론이 문제가 된다”며 “새로 탄생된 비관론은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경고했다. 저가 매수 추천에 따라가다간 주식 투자자들이 낭패를 보는 현상을 잘 설명한 격언이다.

밤낮없이 어떤 종목을 살 것인가 고민하는 투자자의 고충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주식 투자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매수 타이밍을 잘 잡으면 의외로 큰 수익, 즉 대박이 나지만 실기(失機)하면 이후에 엄청난 손실, 즉 쪽박을 차게 된다. ‘투기꾼(자신의 이익만 생각)’보다 ‘투자자(임택트 가치도 중시)’, 증권사의 이익보다 고객 편에서 좀 더 솔직하게 투자전략을 권고해야 한다. 부자들은 이 점을 중시해 주식 거래를 할 증권사를 선택한다.
왜 팔 때 못 팔고 사나…‘립스틱 효과’, ‘치마끝선 법칙’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통계를 담당하는 상무부가 “코로나 사태를 맞아 2020년 1분기에 -5.1%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이 2분기에는 -31.2%까지 추락했다”며 “하지만 3분기에는 +30% 이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실제로는 +33.8%)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K(K=1000) 시대’가 열리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보통 수준의 경제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발표 내용에 세 가지 점에서 의문을 갖는다. 하나는 미국처럼 소득 규모가 크고 경제발전단계가 성숙국면에 진입한 국가가 성장률이 매 분기마다 들쑥날쑥 하느냐와, 다른 하나는 이런 성장률로 어떻게 경제 현실을 진단하고 예측해 경제정책을 수립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예측된 전망치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점도 세 번째 의문이다.

금융위기나 코로나 사태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분기별로 들쑥날쑥하는 것은 통계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은 분기 지표는 전분기대비 혹은 전분기대비 연율, 월별 지표는 전월대비 방식을 원칙으로 한다. 신흥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년동기비나 전년동월비 방식은 보다 정확한 경기판단을 위해 필요할 경우에만 사용되는 일종의 보조지표일 뿐이다.

경기 사이클이 단축되는 시대에서는 이 방식은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같은 증감분(분자)라 하더라도 기준(분모)에 따라 변화율에 차이가 나는 기조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금융위기나 코로나 사태 직후에는 더 심하게 나타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등이 경기를 판단할 때 분기 지표는 2분기 연속, 월별 지표는 3개월 이동평균치를 활용하는 것도 기저 효과에 따른 왜곡 현상(계절적인 요인)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경제지표가 들쑥날쑥하는 또 다른 요인은 ‘경기 순응성(procyclicality)’ 때문이다. 경기 순응성이란 자산시장 움직임이 경기변동을 증폭시키는 금융과 실물 간 상호작용을 말한다. 경기 회복기에는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 동반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가 더해지면서 정점이 더 올라간다. 하지만 침체기에는 자산가격의 동반 하락에 따른 역(逆)자산 효과까지 덮치면서 저점이 더 떨어진다. 경기순환 상 진폭이 더 확대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Fed) 등은 경기 순응성이 나타나는 현상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 경기 사이클의 단기화와 순응성을 보완하기 위해 예측 주기를 단축했다. ‘반기’를 원칙으로 했던 예측 주기를 ‘분기’로 변경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반기 예측 주기를 지키고 있으나 그 중간 시점에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주요 회원국을 중심으로 수정치, 즉 중간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종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통계환경도 감안해야 한다. ‘A’라는 사람이 10년 전과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과 SNS의 보편화로 이제는 `하나의 세계(USW?united states of world)‘가 한순간 한 손안에 들어오는 증강현실 시대다. 비슷한 현상에 처해 `A`가 만들어내는 주가, 금리, 환율 등과 같은 경제성과는 10년 전과 크게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 증권사가 주목해야 할 부문이다.

각종 챠트나 기술적 분석에서 특정 사건이 터진 이후 이렇게 됐으니 이번에도 그런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시계열 자료상 지금과 유사한 사례들이 많을 때 직전에 발생한 사례에 더 우선순위를 둬 판단하고 예측하는 ‘최근 효과(recently effect)`를 중시해야 한다. 2020년대 들어섰는데도 1970년대에 유사한 챠트와 사건을 들어 예측하고 투자 조언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뉴 노멀 혹은 뉴 앱노멀 시대에 전망기관들의 예측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종전과 다른 여건에서 만들어지는 시계열 자료들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변수(dummy)‘를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가변수를 사용하면 예측 모형을 통해 추정된 전망치는 현실과 다른 세계가 될 수 있다. 예측치를 활용할 때 마이클 피시 현상도 경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래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 ‘치마끝선 법칙(hemline theory)’ 등과 같은 ‘참고지표(reference indicator)`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기를 판단하는 참고지표로 가장 많이 애용되는 립스틱 효과란 여성들이 입술에 바르는 루즈 색이 빨개질수록 경기가 침체되고, 엷어질수록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같은 선상에서 치마끝선 법칙은 여성들의 치마끝 길이가 길어질수록 경기가 침체되고, 짧아질수록 경기가 회복된다는 의미다.

예측력에 대해서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베리 아이켄그린 미국 버클리대 교수의 지적대로 지금처럼 초불확실한 시대에서는 우연의 일치를 빼고는 족집게란 있을 수 없다. 예측치에서 실적치를 뺀 수치를 백분화한 절대오차율이 30% 이내면 예측의 주목적인 ‘경제주체들의 안내판 역할’에는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예측기관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는 예측기법을 개발해 예측력을 높이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와 주가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좋았던 만큼 앞으로는 웨슬리 미첼이 경고한 ‘낙관론의 오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지금까지 주가 상승으로 들뜬 월가에서 빌 그로스, 마크 파버 등과 같은 비관론자들의 주가 폭락설에 부자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귀를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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