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코스피 저점이 2,000선을 뚫고 1,9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외국계 증권사 전망이 제기됐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한국 대표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시장이 물가만 바라봤지만, 내년부터는 실물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내년 경기 침체는 기정사실화됐고, 내후년도 경기가 안 좋을 것인지가 앞으로 시장에서의 제일 큰 변수"라면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6%, 내후년 성장률이 1.8%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현재 매크로(거시경제) 데이터는 금리 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데이터라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효과가 내년 2분기가 돼서야 실제 경제지표에 제대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시장은 아직 `V`자 반등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기울어진 `L`자처럼 경기회복이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며 "금리 인상으로 그나마 있는 수요를 위축시키면서 누적된 효과가 내년 2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면 경기가 회복하는 힘이 매우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년 코스피가 상반기에는 2,200∼2,400 박스권을 거쳐 하반기 2,400∼2,600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나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같은 유동성 이벤트가 나타나면 코스피 저점은 내년 2∼3분기께 1,90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 역시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1,400원까지 반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들이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2,700∼2,800(모건스탠리 2,750·JP모건 2,800·골드만삭스 2,750)으로 제시한 것보다 낮은 수치다. 이들 IB는 내후년 국내 기업들의 이익 개선이 전망된다며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올려잡았다.
황 대표는 "금리는 높고 유동성은 없는 상황에서 현재는 (유동성 위기를) 덮어놓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 2∼3분기께 금리 인상 효과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주식시장은 바닥을 확인하고, 바닥으로부터 하반기 10∼15%가량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순매도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중국 방역 정책 완화에 따라 단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중국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라며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게 하려면 결국은 기업의 이익 회복이 중요한데,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반도체 저점을 확인한 뒤 반도체 위주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전까지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외국인 자금이 들락날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투자로 대응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투자 방법이라면서 내년에는 채권 투자나 구조적인 성장 업종에서 대안을 찾으라고 제시했다.
황 대표는 "현재 장기채권 금리가 과도하게 올라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채권 가격 상승 여력이 높다"며 "환율 영향을 받지 않는 국내 장기물 위주로 채권 투자를 진행하다가 시장이 한숨을 쉬기 시작할 때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식을 담아 놓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이 어떻게 보면 개인 투자자에게는 (주식을 싸게 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상반기에 구조적인 성장 여력이 있는 업종이나 종목을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차 관련 종목, IT, 헬스케어 등 업종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을 때 매수하는 방안을 추천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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