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실적 전망과 투자비용 감소 여부, 그리고 보유현금 규모 등에 따른 것이라고 바라봤다.
16일 장 마감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00원(0.34%) 상승한 5만 9,500원에 장을 마쳤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1,800원(2.24%) 내린 7만 8,4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7만 7,5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10여년간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다만 최근 들어 두 기업의 주가는 상반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실적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두 기업 모두 부정적이지만,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증권업계의 평가가 더욱 어두웠다.
이날 한화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26% 내린 8조 1천억원, 영업손실을 5,061억원으로 추산했다.
내년 매출액은 올해보다 26% 감소한 33조 2천억원,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한 2조 4천억원 손실로 내다봤다.
특히 증권업계는 SK하이닉스가 내년 2,984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9조 6,162억원이었던 순이익이 11조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미 있는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내년 2분기까지 가격 추가 하락 및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또 김광진 연구원은 "내년 NAND는 하반기부터 수요가 회복돼도 업체간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해 내년 안에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삼성전자의 실적 눈높이 역시 이전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최근 1개월 내 발표한 증권사 10곳의 실적전망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7조 9,98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2.32%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대 이하에 머무는 건 2019년 4분기(7조 1,6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4분기 매출 전망치는 76조 3,58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2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삼성전자의 내년 순이익은 26조 7,301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28% 감익한 수준이지만 2020년(26조 908억원)의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SK하이닉스가 내년도 투자 비용을 줄이는 것도 주가 회복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내년 CAPEX(자본적 지출)를 전년 대비 50% 줄이고 디램, 낸드 모두 기존 제품 중심으로 감산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로 인해 내년 전체 디램 출하량 증가폭은 9%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생산량 기준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투자 감축을 결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속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당장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CAPEX 축소나 인위적 감산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메모리 투자 기조 유지는 내년 하반기 이후 메모리 반등 시기에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상승시키며 경쟁사 대비 가파른 실적 회복을 이끌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넉넉한 현금도 강점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4조 5,154억원이다.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금융상품까지 더하면 128조 1,622억원에 이른다.
반면, 삼성전자의 차입금은 10조 7,920억원으로 단순 계산으로 연 6조원(이자율 5% 가정)에 달하는 현금을 이자로 벌어들이고 있다. 시가총액(약 360조원) 대비 현금 비중은 36%인 것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조 7,192억원으로 삼성전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금액은 5조 2,874억원으로 삼성전자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SK하이닉스는 차입금이 22조 214억원으로 삼성전자의 두 배가 넘는다. 차입금에서 현금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16조 7,340억원이다. 이자율 5%를 가정할 경우 이자 비용으로만 연 8,4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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