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험볼트-토이야비 국유림 안에 있는 폐광 마을인 `벌린`(Berlin)은 고대 바다를 지배하던 버스(15m) 크기의 대형 파충류인 `어룡`(魚龍) 화석이 무더기로 발굴돼 주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열대 바다였던 이곳에서는 1950년대부터 발굴이 진행되면서 40마리 가까운 트라이아스기 어룡 `쇼니사우루스`(Shonisaurus) 화석이 나왔다.
어룡들의 무덤이라 할 큼 많은 양이라 어떻게 한 장소에서 죽음을 맞게 됐는지가 반세기 이상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는데, 무덤이 아니라 포식자를 피해 안전하게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번식지였을 가능성이 새로 제기됐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협회`와 외신 등에 따르면 밴더빌트대학 고생물학 조교수 닐 켈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곳이 수십만년에 걸쳐 어룡들이 새끼를 낳기위해 찾던 번식지였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덩치 큰 돌고래와 비슷한 이 어룡들은 현대 고래가 종종 겪는 것처럼 해변으로 밀려왔다가 깊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해 떼죽음을 당했거나 유독성 적조에 중독돼 한꺼번에 죽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전통적 고고학 기법에다 3차원(3D) 스캔을 비롯한 첨단 기술과 지구화학 지식을 접목해 기존 발굴 자료를 일일이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발굴된 어룡은 모두 37마리로 약 2억3천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화석이 발굴된 지층이 달라 한꺼번 죽은 것이 아니라 수십만년의 시차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쇼니사우루스가 대를 이어 이곳을 이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특히 대형 성체 화석 사이에서 작은 뼈를 찾아냈는데, 어룡의 배 안에 있던 태아이거나 갓 태어난 새끼의 뼈로 제시했다.
주변에서는 청년기 어룡의 화석은 발굴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런 점을 근거로 어룡들이 현대 고래들처럼 새끼를 안전하게 낳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무리를 지어 이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해양포유류 화석 큐레이터 닉 파이엔슨 박사는 이와 관련, "먹이 활동을 하던 곳과는 다른 장소를 찾아가 새끼를 낳는 것은 현대 고래나 상어 세계에서는 일반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어룡 화석이 발굴된 지층의 화학 성분을 분석한 결과, 화산 폭발이나 급격한 환경 변화를 나타내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어룡의 뼈가 해안가의 얕은 바다가 아니라 깊은 바다에 가라앉아 화석이 돼 해변에 밀려왔다가 떼죽음했을 가능성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와는 무관한 맨체스터대학의 어룡 전문가 딘 로맥스 박사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연구 결과로 무더기로 발굴된 벌린의 어룡을 둘러싼 의문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의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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