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그리고 올해 에이비엘바이오가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해 주목받았는데요.
양재준 기자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해마다 연말 또는 연초에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기대감이 컸는데, 내년 행사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면서요?
<기자>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교류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현지시간으로 다음 달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됩니다.
내년 행사는 코로나19이후 완전한 대면 행사로 열리는데, 전세계 1,500여 개가 넘는 회사, 1만 5천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인과 아태·라틴 트랙에서 공식 세션을 발표하거나 1대1 비즈니스 라운드를 배정받은 기업은 GE헬스케어와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존슨앤존슨, 화이자, 코디악사이언스, 론자(Lonza AG) 등 총 517개 기업입니다.
이 가운데 발표 배정을 우리나라 기업은 총 8개 기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롯데바이오로직스, LG화학(생명과학사업본부), 에스디바이오센서, 한미약품, SK바이오사이언스, 지아이이노베이션, 티움바이오 등입니다.
하지만, 최종 발표 세션에 참가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에스디바이오센서 단 3곳입니다.
한미약품과 LG화학,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나머지 5개사는 회사별 사정으로 인해 발표 세션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팜테코가 메인 트랙에서, 한미약품, LG화학, HK이노엔, 씨젠 등 6개 기업이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이 줄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와 비교해 보면 내년 행사는 ‘K-바이오’가 상당히 초라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JP모건 행사에서 공식 발표 세션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들이 크게 줄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일대일 비즈니스 파트너링을 위해 참가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기자> 내년 행사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들은 제약업계에서는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JW중외제약,종근당, 한미약품, 휴온스글로벌 등과 바이오업계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 올릭스, 티움바이오, 바이젠셀, 강스템바이오텍, 큐라클, 지놈앤컴퍼니 등 약 3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메인 트랙에서 발표에 나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알리는 동시에 내년 착공될 5공장 건설과 사업 확장 계획을 소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에서 발표에 나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바탕으로 미국내 CDMO사업 계획과 국내 바이오 공장 설립 계획을 소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내년 1월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진 미국 체외진단업체 메리디안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시장 확대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공식 초청을 받은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은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개별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거나, 바이오협회와 미국 의약전문지 바이오센추리, 시들리오스틴, EBD그룹 등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합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주관하는 ‘2023 글로벌 IR @JPM’에서는 SCM생명과학, 지아이이노베이션, 에이비온, 앱티스, 푸투가바이오, 휴이노 등 6개 기업이 기업설명회에 나섭니다.
국내에서 행사에 참가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개별적으로 다국적 제약사와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는데, 회사별로 기술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분주한 상황입니다.
<앵커> 앞서 얘기들을 정리해 보면, 내년 행사에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 업계에서는 어떤 분석들이 나오고 있나요?
<기자> 제약바이오업계는 예년과 비교해 JP모건에서 국내 기업들의 공식 초청과 발표 세션을 크게 줄였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오업계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식 초청 발표가 10여 곳 가까이 됐다"며 "하지만, 내년에는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신청해 참가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 들어 국내 바이오업계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주가 하락에 따라 시가총액이 줄어든 것과 코로나19로 인해 임상연구의 진척이 더딘 것 또한 초청이 줄어든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기술수출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과거 한미약품, 유한양행, 에이비엘바이오 등의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증명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앵커> 올 한 해 바이오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는데, 다국적 제약사로의 기술수출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오늘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암젠에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관련 1조 6,050억원의 기술수출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를 더해도 올해 1월부터 12월 23일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기술수출 총규모는 6조 720억원(비공개금액 제외)로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13조 3,723억원(비공개금액 제외)보다 55% 급감했습니다.
다국적 제약사로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규모는 계약에 따른 비공개 금액을 제외하고 2019년 8조 5,165억원, 2020년 11조 3,67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대해 바이오업계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기술수출에 대한 전략과 연구개발 구조조정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꼽았습니다.
올해 다국적 제약사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약품 허가 획득 등 상업화가 임박하거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선회했습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 보유한 일부 대형 품목들의 특허 만료가 임박한 만큼 연구개발보다는 상업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암젠이 호라이즌을 278억 달러에 인수한 것과 화이자가 바이오하벤 파마슈티컬스를 122억 달러에 인수한 사례입니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노바티스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기침체에 대비해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기술도입 투자를 줄이는 원인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기술수출을 통해 성장을 모색했던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다국적 제약사들의 전략 변화로 인해 선순환 생태계를 위협받는 것 아닌지 우려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