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으로 생명이 위태했던 생후 18개월 아기가 CAR-T(카티) 면역요법 치료를 받고 암세포를 없애는데 성공했다. 국내 최연소 CAR-T 치료 최연소 환자다. CAR-T 치료법은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면역세포(T세포)가 암을 인식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뒤 배양해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맞춤 치료법이다.
26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번에 CAR-T 치료를 받은 아기는 태어난지 2개월도 안된 지난해 7월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얼굴과 몸에 푸르스름한 멍이 든 것을 보고 동네 병원을 갔다가 큰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로 서울아산병원을 찾게 됐다.
정밀검사 결과는 백혈병의 일종인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이었다. 남은 수명은 길어야 수개월. 청천병력 같은 이야기였다. 백혈병은 우리 몸에서 피를 만들어내는 기관인 골수의 정상 혈액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고 증식하면서 생기는 병이다. 정확한 발생 원인은 현대 의학에서 아직 알 수가 없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먼저 이 아이에게 항암 치료를 한 후 엄마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영유아 환자들의 경우 특히 다른 연령대 환자들에 비해 부작용이 더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반 년 쯤 뒤인 올해 8월 백혈병이 재발했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 재발률은 약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 백혈병이 재발하면 항암 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을 다시 시도해볼 수는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 발생 위험이 매우 크다.
이에 의료진은 CAR-T 치료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아직 생후 일 년 미만의 백혈병 환자에게 적용한 경우가 전 세계적으로 드물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침 올해 4월 CAR-T 치료제 보험 적용이 막 이뤄진 상황이었다. 기존엔 치료비가 수 억 원에 달했지만 보험 적용 이후 수 백 만 원으로 줄면서 아기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서울아산병원 CAR-T센터 임호준 교수팀은 올해 10월 아기에게 CAR-T 치료를 시행했다.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소아청소년신경과, 소아중환자실, 감염내과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협력해 CAR-T 치료제 주입 후 신경계 독성, 사이토카인방출 증후군 등 아기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면밀히 살폈다.
그 결과 치료 한 달 후인 11월에 시행한 골수 검사와 미세 잔존암 검사에서 백혈병이 ‘완전 관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미경으로 보기 힘든 백혈병 세포를 검사하는 미세 잔존암 검사에서도 백혈병 세포가 0%로 측정됐다. 아기는 현재까지도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아기의 아빠 이병훈 씨는 “병동에서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을 때마다 웃음을 잃지 않고 견뎌 준 주아에게 매우 고맙다. 건강이라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는데, 항상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매 치료 과정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는데, 주아를 위해 헌신해주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임호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국내 소아 조혈모세포 이식 5건 중 1건을 시행하면서 쌓아온 소아혈액암 치료 경험과 CAR-T센터의 다학제 클리닉을 통해 안전하게 치료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CAR-T 치료로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주아가 계속 안전하게 치료받으며 지금처럼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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