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시장 금리 하락이 이어지면서 기업 회사채 발행 등 단기자금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올해 연말은 가까스로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내년입니다.
금리인상 국면이 이어지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와 부동산 PF들의 자금 상환 부담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자금 시장 안정을 이어갈 수 있을지, 증권부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현재까지 단기자금 시장 상황은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레고랜드 사태를 잊은 듯 회사채와 기업어음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있습니다.
신용등급 AA로 우량등급인 SK와 SK텔레콤은 이달 초 회사채 수요예측에 조 단위 자금이 몰려 발행액을 2,500억 원에서 3,100억 원으로 증액했고, 자금 압박을 받아온 롯데건설도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산업은행의 지원 속에 수요예측을 마쳤습니다.
시중금리도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데, 지난 10월 최고 4.548%까지 치솟았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어제 3.662%로 100bp가까이 하락했고, AA급 회사채 3년물 금리도 최고 5.736%에서 어제 5.219%를 기록했습니다.
시장 분위기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그간 실탄을 아껴뒀던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높은 가격에 우량 채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등 시장 안정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채권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게 만든 은행채와 한전채 발행이 잦아들었고, 한국은행에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RP매입도 응찰액을 밑도는 결과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어음만큼 단기물인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아왔는데 연말을 앞두고 소폭 진정세를 보이면서 기업들과 대형 금융기관들의 자금 확보 부담이 다소 줄어든 상황을 파악되고 있습니다.
<앵커>
시장 상황을 연말로 한정해 보자면 일단 고비를 넘긴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씨가 여전해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 만기와 부동산 PF 상환 압박이 늘어날 전망이라고요?
<기자>
숨 돌리자마자 당장 갚아나가야 할 자금이 수 조원씩 돌아올 전망입니다.
한국은행이 이달 발행한 금융시장안정보고서 기준 상반기 PF 유동화증권 만기는 이달에만(12월) 11조 9천억 원 규모였습니다.
내년에도 상반기에만 34조, 그중 대부분 1분기로 약 20조 원 가까운 부동산PF 유동화증권을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신용평가사와 채권 시장 참가자들은 이렇게 만기가 예정된 부동산 PF 가운데 약 30%는 담보없이 자금을 조달한 브릿지론으로 추정합니다.
현재 금리 상태가 지속된다면 더 짧은 만기의 자금을 빌려 틀어막거나, 이마저도 대출이 막힐 경우 1분기를 전후해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자금으로 파악됩니다.
기업들의 자금 압박도 이어질 전망인데, 기업 신용도와 실적에 따라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신용평가사 등급 기준 AA급 이상 우량 등급, A+ 이하 비우량등급으로 조달 금리가 크게 갈립니다.
이런 기준에 따라 AA급 대기업의 회사채 만기는 2021년 34조 3천억 원에서 올해 35조 9천억 원, 내년에는 40조 7천억 원으로 파악되는데, 현재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기관 투자 수요가 충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우량 등급 중견 이하 기업들인에 이들 기업의 회사채 수요예측은 채권시장안정펀드나 정책기관 도움없이 성사기키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됩니다.
당장 내년에 이들 기업이 되갚아야 할 회사채가 약 18조 원, 이 가운데 내년 상반기에만 10조 4천억 원 규모를 갚거나 차환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부동산PF와 회사채 모두 연관되어 있고, 부실화 경고가 이어지는 업종이 바로 건설사, 증권사입니다.
부동산 시장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는데다, 연쇄적인 리스크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금융권에서 어떻게 파악하고 있습니까?
<기자>
올해 분양시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그 자체로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이미 한 자리수로 떨어졌습니다.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서울 둔촌주공 분양 성적도 예상을 크게 밑돈데다 초기 계약률이 80%를 넘기지 못하면 부동산 PF 상환은 물론 조합원 분담금 책정 부담도 커질 전망입니다.
현재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은 기존 PF를 차환하고,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을 통해 연 12%의 이자를 포함한 기존 사업비 7,231억 원을 조달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분양 사업장은 청약자의 계약 해지가 이어질 경우 본 PF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위험이 있고, 일부 미분양 사업장은 사업자가 포기하는 사태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보통 토지 매수 단계에서 조달한 브릿지론은 본 PF 대출금으로 전환하고, 이후 계약금, 중도금, 잔금이 들어오면 부동산 PF로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주택시장까지 번진 부동산 시장의 자금난을 수습하지 못하면 브릿지론과 부동산 PF 공급원인 건설사와 금융사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나이스 신용평가는 PF 유동화증권 상당 부분이 만기가 짧은 ABCP, ABSTB로 1분기에 만기 집중된 것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자본력과 신용도 낮은 중소형사, 건설사 차환부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앵커>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양극화되고, 부동산 시장과 연관된 기업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입니다.
기업들은 미리 현금을 마련하려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으로 인해 자금 경색이 심화된 올해는 기업들이 급한 자금을 막는데 급급했던 걸로 보입니다.
회사채 발행 현환을 보면 지난 9월까지 6,568억 원 순발행이던 것이 10월들어 4조 8,379억 원 순상환, 11월에는 8,087억 원 순상환 등으로 나타납니다.
금융시장과 경기 불확실성 커지면서 기업들은 상환 부담을 줄여왔던 겁니다.
그런데 내년 초에는 하반기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미리 자금 공급이 풍부한 시기를 노린 회사채 발행이 대거 이어질 전망입니다.
신규 발행은 얼마 전 수요예측을 마친 롯데건설 2,500억 원의 1월 초 발행을 시작으로 KT(1,500억 원), 이마트(2,000억 원), 포스코(3,500억 원), LG유플러스(1,500억 원) 등 우량 기업들 자금 조달 이어질 전망입니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이 경기둔화로 인한 실적 악화 가능성에 포스코, 롯데하이마트, 넷마블 등 신용 등급과 등급 전망을 낮추면서 이들 기업의 금리 부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비우량, 신용등급 A이하 등급 기업들은 2021년 8조 7천억원, 올해 9조 1천억원, 내년에 10조 4천억원 등 회사채 만기가 예정되어 있어 일시적인 자금 경색 위험을 키울 가능성 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정부가 올해 하반기 내내 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내놨고, 연말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내년 기업들 위기가 지속된다면 이에 대처할 수단이 남아있기는 한 겁니까?
<기자>
채권 시장에서는 정부의 유동성 완화 방안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시장 심리를 빠르게 회복시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정부는 국공채 발행 물량을 올해 절반인 20조 원으로 줄이고, 금융당국과 함께 지난달 발표한 시장안정조치에 따른 채안펀드 20조 원, 회사채와 기업어음 매입프로그램 16조 원 등 지원 이어갈 예정입니다.
부동산 PF 보증에 15조 원, 증권사 보증 PF 유동화증권 안정을 위해 1조 8천억 원 등을 댈 예정이고 추가적으로 한국은행을 통한 시장안정 조치도 예비적인 카드로 남겨뒀습니다.
유동성 지원에 소극적이던 한국은행까지 간접적인 지원에 나선 점은 주목할 대목인데, 추정되는 지원 카드는 3가지 정도입니다.
한국은행을 통해 사모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 또 팬데믹 당시 등장한 한국은행 기업유동성기구(SPV)와 금융안정특별대출 등입니다.
앞서 이창용 총재는 이에 대해 일찍부터 과도한 약을 쓸 필요없다며 정책 수단에서 배제해왔지만, 금리인상 기조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경우 동원 가능한 수단 중 하나로 꾸준히 거론돼 왔습니다.
내년 초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금융당국과 한은은 시장 위기가 확대되지 않도록 단기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기업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고 있는 채안펀드와 정책금융기관 등을 통한 지원을 지속할 방침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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