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는 만원이 기본"...요금 인상 3일만에 빈 택시 행렬

입력 2023-02-03 16:34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오르면서 승객이 부쩍 줄어든 탓에 기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3일 오전 11시께 서울역 택시승강장에는 택시 20여대가 `빈차` 표시등을 켠 채로 줄지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시간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은 8팀뿐이었다.

길게 늘어선 줄의 가장 마지막에 있던 택시기사 이병준(69)씨는 자신의 순서가 한참 뒤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 지 느긋한 말투였다. 16년간 개인택시를 운행했다는 이씨는 "사흘간 손님이 30% 이상 줄었다"며 "인상 폭이 너무 급격했던 것 같다"고 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택시 기본요금이 오르자 고물가로 가뜩이나 빠듯한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인상 폭이 1천원 단위라 앞자리 수가 바뀌다 보니 가격 차가 확연히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2019년 2월 인상 당시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주간 기준 3천원에서 3천800원으로 800원 올랐다. 이달 1일부터는 1천원 인상돼 4천800원으로 뛰었다.
서울역 안에서 만난 강현식(22)씨는 "4년 전에는 올라도 3천800원이라 엄청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4천800원은 체감상 5천원"이라며 "군인이라 휴가 나올 때 택시를 많이 이용했는데 앞으로는 전동킥보드와 같이 새로운 교통수단 이용해야겠다"고 말했다.
매일 택시를 타고 용산역 내 직장으로 출근한다는 서혜원(27)씨는 "500∼800원 인상이 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1천원 인상은 아무래도 자릿수가 달라지니 느낌이 다르다. 확실히 전보다 덜 탈 것 같다"고 했다.
용산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유모(60)씨도 "(공공요금 등) 다른 요금도 오르기 때문에 급하지 않으면 택시를 타지 않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할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장진혁(31)씨는 "우버·타다 등 차량공유서비스에 대한 규제도 심한데 택시비까지 1천원 오르는 건 심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심야 택시를 타는 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미 지난해 12월 심야할증 적용 시간이 오후 10시로 2시간 앞당겨지고 할증률도 최대 40%로 오른 상태에서 이번에 기본요금까지 인상되면서 최고 할증 적용 시간인 오후 11시∼오전 2시에 택시를 타면 6천700원부터 미터기가 뛰기 시작한다. 여기에 최대 5천원인 플랫폼 택시 호출료까지 더하면 1만원을 훌쩍 넘긴다.
출장 때문에 택시를 자주 탄다는 홍상혁(41)씨는 "4년 치 요금을 한 번에 올렸다는 걸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4년 전보다 심야시간대 할증요금도 오르고 시간대도 넓어져 부담이 크다. 가격을 올렸으면 할증시간대는 그대로 유지해야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도아(31)씨도 "회식할 때면 팀원들이 오후 10시부터 할증이 붙으니 그 전에 끝내자고 한다"고 전했다.
택시기사들도 요금 인상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이미 요금이 오르고 사흘간 승객이 확연히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통상 기본요금을 올리면 승객 수가 급감했다가 2∼3개월이면 원래 수준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기사들은 고물가 여파로 승객들이 돌아오는 시점이 더 늦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가 작년 11월 45년 만에 개인택시 부제(의무휴업제)를 전면 해제하면서 택시 공급이 늘어난 점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40년 택시를 운행한 김영원(69)씨는 "기름값도 올랐는데 택시 승객까지 없으니 길거리에 기름값만 버리고 있다"며 "이번에는 `택시 부제`를 풀어놨기 때문에 더 힘들다. 안 그래도 줄어든 손님을 가지고 택시끼리 쪼개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12년차 택시기사인 윤동준(76)씨는 "저녁이 되면 진짜 손님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윤씨는 "2019년 기본요금이 올랐을 때에는 얼마 가지 않아 (승객 수를) 회복했는데 이번에는 (승객 감소가) 더 심할 것 같다"며 "고물가에 난방비 상승이 겹친 데다 택시비까지 오르다 보니 시민 부담이 커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법인택시 기사 이모(71)씨는 "사납금을 내고 나면 벌어들이는 수익이 4년 전과 거의 같다"며 "요금이 올라도 기사의 이익이 많지 않다"고 했다.
2년에 한 번씩 소폭 올리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왕십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조덕신(65)씨는 "차량 수리·교체 비용, 보험료, LPG 값 인상을 고려하면 1천원 인상은 적절했다고 본다"면서도 "4년 만에 올린 게 문제다. 1천원을 한꺼번에 올리는 게 아니라 2년마다 나눠 인상하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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