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쪽에서 물가보다 경기를 더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될만한 언급이 나오면서 통화정책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더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오는 23일 새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25%포인트(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그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 공공요금 중심의 물가 상승세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0.25%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작지 않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나가되 이제 서서히 경기 문제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점점 가게 된다"며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턴(turn·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초점이 물가에서 경기로 옮겨졌다고 해도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창용 총재도 취임 후 여러 차례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다.(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로부터는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한은 일각에서는 "금리 정책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두고 쭉 나타난다"거나, "물가 수치는 확연히 지금 걱정하는 것보다 좋아질 것이다. 하반기에는 3%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추 부총리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일단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까지는 경기나 성장보다는 물가를 더 앞세웠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 관리`에 우선을 둔 당연한 정책 기조이다. 하지만 금통위 역시 자칫 무리한 금리 인상이 급격한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1월 금통위 회의 당시 한 위원은 "금융 여건이 충분히 긴축적 영역에 진입한데다, 올해 들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한 위원도 "실질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부진과 금융안정 리스크 측면의 부담을 고려해 추가 인상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창용 총재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물가·경기·금융간 상충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오는 23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은이 기존 성장률 전망치(1.7%)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론의 근거로 거론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0.25%포인트 인상 직후 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작년 11월에는 1.7%로 봤는데 한 달 조금 넘었지만, 그사이 일어난 여러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며 "수출 부진이나 국제 경제 둔화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23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린다고 해도, 인상의 명분 역시 충분하다.
우선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불씨도 아직 살아있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5.2% 올랐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교통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정된 만큼 한은과 정부의 기대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