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기업결합(M&A) 심사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물밑에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SM 주식을 추가 취득하면 신속히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연예 산업에 대한 시장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신고가 들어올 것에 대비해 사전 검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하이브는 지난 9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SM 주식 14.8%를 매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하고, 공개매수를 통해 소액주주가 보유한 SM 지분 25%를 추가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마감일은 3월 1일이다.
하이브는 SM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게 되면 취득일(주금납입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원래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2조원 이상인 대규모 회사는 다른 상장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할 때 사전에 신고해야 하지만 그 수단이 공개 매수인 경우 사후에 신고하게 돼 있다.
주주들의 응모가 저조하면 목표한 물량을 모두 매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하이브가 기업결합을 신고하면 국제기업결합과에 사건을 배당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 간 결합이지만 업무 분담 차원에서다.
공정위 심사 기한은 기본 30일, 연장 90일 등 총 120일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기업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해 받는 기간은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심사 기간이 6개월∼1년 안팎으로 길어질 수 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하이브와 SM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이 상당히 복잡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대규모 회사 간 기업결합이 이뤄진 전례가 없는 데다 사실상 1·2위 사업자 간 인수합병 사례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음반·음원 기획·제작, 공연, 굿즈 판매, 팬 플랫폼 운영 등 다양한 사업 영역 중 어디까지를 하나의 시장으로 볼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발생한 음원 매출 등을 포함할지 등을 따져 관련 시장을 획정하고 경쟁 제한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K팝 아이돌 기획사들만 경쟁자로 볼지, 인디음악 등 다른 장르 관련 회사도 고려할지도 검토 대상이다.
공정위는 2020년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가 중소 아이돌 기획사 플레디스를 인수하는 것을 승인할 때 국내 연예 매니지먼트, 국내 대중음악(음원·음반) 기획 및 제작 시장을 대상으로 경쟁 제한 여부를 심사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단순히 점유율이 높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고 실제로 경쟁 제한 효과가 생기는지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나 SM이 북미나 동남아 시장 등에서 일정 규모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 공정위 심사와 별개로 현지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외국회사 간 결합에 대해 신고 의무를 부과한다.
하이브가 공개 매수에 실패하거나 카카오가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SM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SM 주가는 12만3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 매수 가격보다 3천500원 높다.
만약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실패해 최종 지분율이 15%에 못 미치면 공정위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신고 대상이 아니어도 지배 관계가 명확하면 공정위가 직권으로 심사에 나설 수 있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카카오가 SM 지분을 15% 이상 취득할 경우 마찬가지로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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