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보단 패션" 달라져 돌아온 중국 왕홍

김예원 기자

입력 2023-02-28 19:06   수정 2023-02-2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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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면세점에 조금씩 온기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오픈 때는 번호표를 받고 입장하기도 하고, 매장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중국인들도 많아졌는데요.

    이 사안 취재한 유통산업부 김예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요즘 면세점 분위기가 코로나때와 조금 달라졌나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코로나19로 지난 몇 년간 파리만 날리던 시내 면세점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는데요.

    요즘엔 오픈할 때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서 입장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면세점에 가보시면, `중국어`가 가장 많이 들리실 겁니다.

    <앵커>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에 온 건가요?

    <기자>
    중국인 관광객보다는 `왕홍`들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자료화면을 준비했는데요. 면세점 곳곳에 휴대폰을 켜고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매장 앞, 매장 안, 거울 앞, 휴게공간, 명동 거리에서도 이 라방을 켠 왕홍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고, 화장품을 들고 실시간으로 중국인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물건을 판해하고 있었습니다.

    면세점들은 이들이 라이브 방송을 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따로 공간도 마련할 정도입니다.

    <앵커>
    면세점들이 편의까지 제공해주는 것을 보면, 이들이 큰손이긴 한가 봅니다.

    <기자>
    왕홍은 `왕루어 홍런`을 줄인 말인데요. 여기서 왕루어는 네트워크, 쉽게 말해 온라인을 뜻하고요. 홍런은 인기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온라인 상의 유명인사, 즉 인플루언서를 뜻하는데, 중국에선 걸어다니는 대기업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중국인 60% 이상이 기존 광고보다 왕홍의 말을 더 신뢰할 정도로 중국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면세업계로선 극진한 대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앵커>
    광고보다 왕홍을 더 신뢰한다는 대목이 재밌습니다. 중국 소비시장에서 유독 왕홍의 영향력이 큰 이유도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여러 요인들이 있는데요. 우선 중국은 정부 차원의 인프라 투자로 5G 네트워크 보급이 급속히 확대됐죠.

    그러면서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간편결제 수단이 널리 보급됐고, 모바일을 활용한 상거래는 더욱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인들에겐 이 라이브 방송이 아주 일상적인 구매 채널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 중국은 정말 큰 나라이지 않습니까? 쇼핑 인프라를 누릴 수 없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제품을 하나하나 소개해주고 입어주고 발라주고 하는 왕홍은 소중한 판로로 꼽히고요.

    중국인 왕홍들은 지난 2015년부터 자신의 SNS에 상품 후기를 올리거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상품을 판매해왔는데요.

    기존 판매 형태에는 없던 `소통`을 내세우며 중국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요.

    이 때문에 중국에서 라이브 커머스 분야는 폭발적으로 성장해, 지난해 이 라방으로 거래된 금액만 630조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앵커>
    왕홍들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나 되는 겁니까?

    <기자>
    왕홍들은 크게 메가급과 중소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메가급 왕홍으론 `웨이야`가 있는데요. 탈세 문제로 지금은 퇴출됐지만 10억 네티즌을 움직인다는 수식어가 붙었던 인물이었는데요.

    웨이야는 지난 2021년 LG생활건강의 후 제품을 들고 라방을 진행했는데, 하루 예약판매 매출만 1,000억 원을 넘겼습니다.

    이외에 `리쟈치` 등도 3억 8천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한번은 립스틱을 팔았는데 5분 만에 1만 5천 개를 팔아 `립스틱 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요.

    지난해 열린 중국 최대 쇼핑행사 광군절에선 하루만에 2조 원의 매출을 내기도 했고, 이 방송을 시청한 사람은 6천만 명이 넘습니다.

    이런 메가급 왕홍도 많지만, 코로나 봉쇄 기간동안 적은 팔로워 수를 가지고 소통을 통해 관계를 맺는 중소형 왕홍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팔로워들은 왕홍의 발언이나 그들이 추천하는 제품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보이기 때문에, 한번 방송하면 수백, 수천 명이 보고 제품에 대한 소개를 듣고, 판매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현재 면세점에서 종종 보이는 왕홍들은 이런 중소급 왕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왕홍들이 복귀했다는 것은 앞으로 면세점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들이 주로 어떤 제품을 소개하느냐도 중요해보입니다.

    <기자>
    네, 예전부터 중국에서 K뷰티 인기가 대단했기 때문에, 왕홍들도 그동안엔 대체로 뷰티 제품 라방을 많이 진행했었는데요.

    최근 돌아온 왕홍들은 뷰티보다는 패션 브랜드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면세점을 방문했을 때도 패션 매장에서 왕홍들이 열심히 방송을 하고 있었는데요.

    K-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연예인들이 입고 나오는 패션 브랜드를 찾는 중국인들이 늘어난 영향입니다.

    실제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덕분에 모자를 안 쓰던 중국인들도 MLB 캡모자를 색깔 별로 사간다고 하고요.

    한국 연예인이 공항 패션으로 입었다하면 해당 브랜드의 면세점 매출이 급증하는 식입니다.

    한 증권사 자료에 따르면 F&F가 운영하는 브랜드 MLB가 지난해 국내 면세점에서 낸 매출만 2,400억 원대로 추정됩니다.

    이에 신세계면세점은 2018년부터 패션 브랜드에 주목해 입점 브랜드를 늘리고 있습니다.

    반면, 코로나 기간동안 중국 현지 화장품 회사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며 국내 뷰티 브랜드들의 인기는 다소 주춤해졌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내 면세점 매출 가운데 화장품과 향수 매출은 각각 6.5%, 28.2%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의류 부문 매출이 36.4% 증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앵커>
    왕홍이 돌아오긴 했지만, 예전의 왕홍은 아니고 달라졌다, 주식 시장에선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수혜주하면 단연 화장품주를 꼽았는데, 이런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겠네요.

    면세점 실적 반등도 기대해볼 수 있겠죠?

    <기자>
    네, 텅텅 비어있었던 면세점에 왕홍들이 돌아왔다는 것만으로 매출 증대엔 긍정적입니다.

    왕홍들이 면세점 이미지도 알리고, 한국 브랜드에 대한 소개도 해주기 때문에 향후 매출 성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고요.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관광객 수 회복이겠죠.

    중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소비하는 지출액은 1인당 1,689달러로 미국인, 일본인보다 높습니다.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인 관광객의 복귀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요.

    업계에서는 왕홍에 이어 다음달부터는 중국인 관광객도 국낵로 본격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늦어도 하반기부터 리오프닝의 효과를 실적 면에서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영상취재: 김재원 김성오, 영상편집: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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