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10만원 가까이 올라갔을 때 주식을 샀는데 지금 5만원대, 6만원대에 턱걸이 하고 있습니다."
"주주들이 삼성전자가 발전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게 뭐가 있습니까?"
15일 경기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경영진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과 의견을 쏟아냈다.
우선 삼성전자의 부진한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동학 개미'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2021년 초 9만원을 돌파한 삼성전자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어느새 5만원대로 추락했다.
한 주주는 10만원에 근접한 가격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으며, 온 가족이 삼성전자 주주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주가 관리를 안 해주면서 상생 활동을 지속한다고 이야기하셔도 되는지 의심스럽고 답변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에 현장 주주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주총 의장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말씀해주신 내용을 저희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며 "이사회와 경영진은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시설 투자 확대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검토 계획을 묻는 주주 질의에는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내에서 정기 배당을 지급한 후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로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잔여 재원 환원은 집행 시점에 여러 여건을 검토해 추가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 중에 결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인재 확보 방안에 대한 주주 질문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는 기술과 인재가 가장 중요한 회사"라며 "S급 인재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직적인 문화"라고 지적하며 "인재 확보와 조직 융화를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질문에 한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고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 조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주주도 "반도체 인력난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원활한 인재 수급 계획이 있느냐"라고 질문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은 "국내외 인재를 대상으로 인턴십과 산학연계 장학생 제도 등을 시행하고 반도체 전공 과목·학과 개설과 마이스터고도 지원 중"이라며 "앞으로도 국내외 유수 대학 및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협력을 강화해 반도체 전공 인력 양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번 주총의 관전 포인트로 예상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 주주가 이 회장의 등기 임원 복귀 계획을 묻자 한 부회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으며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또 회사 측이 내부회계관리제도 등 일부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않자 한 주주는 "질문 상당수가 짜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고 다른 주주도 "주주들을 호구로 보고 계시는 것 같다"며 "모든 답변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고 짚었다.
주주들의 지적에 한 부회장은 "만족할 만한 답변이 되지 않았다면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사실관계 등 확인이 필요해 답변이 어려웠다"고 양해를 구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으로 주총 열기가 다소 식은 가운데 전자투표제와 온라인 중계 참여 증가로 이날 주총은 예년보다 한산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삼성전자 주총 사상 최다 인원인 1천600여명이 몰린 작년은 물론 재작년(900여명)보다도 적은 6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