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공모주 시장의 인기가 꺾이면서 대안으로 각광받던 스팩(SPAC)이 올해는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는 반면 직상장을 택한 기업들의 주가는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형 스팩에 치중했던 증권사들은 최근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중형급 스팩 상장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박해린 기자입니다.
<기자>
역대 벤처캐피털 기업공개 사상 최고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한 LB인베스트먼트가 일반 청약에서도 1,1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높은 경쟁률에 상대적으로 낮은 유통 물량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선 일명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른 뒤 상한가 진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달 앞서 상장한 금양그린파워 역시 현재 공모가를 149% 웃돌고 있습니다.
반면 지난해 공모주 시장이 위축되며 대체재로 떠오르던 스팩 시장에는 최근 냉기가 돌고 있습니다.
부진한 수요 예측 결과에 상장을 철회하는가 하면 상장 후 주가 부진에 주주들의 원성을 사는 일도 빈번합니다.
올 들어 상장한 스팩주는 모두 7곳인데 이 중 세 곳은 공모가를 밑돌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스팩 종목들의 부진은 연초 중소형 일반 공모주들의 흥행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합니다.
실제로 올 들어 오브젠과 꿈비 등 중소형 공모주들이 연이어 따상에 성공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자 한정된 유동성이 합병 가능성이 불투명한 스팩보다 일반 공모주로 몰렸다는 겁니다.
여기에 높은 시중 금리도 스팩 투자의 매력도를 떨어뜨린단 분석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공모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는 스팩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어요. 스팩으로 합병을 해야 된다는 얘기는 직상장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고 회사를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안 본다라는 얘기가 되거든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3년간 기회 비용을 계산하면 굉장히 큰 손해거든요.]
이에 따라 100억원 미만의 소형 스팩 상장에 치중했던 증권사들은 공모금액을 100억~200억원대로 설정한 중형 스팩 상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150억원 규모의 키움스팩8호를, 유안타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각각 150억원, 120억원 규모의 스팩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키움증권 관계자: 이번에는 규모를 좀 키워서 새로 합병할 만한 회사를 탐색해 합병 상장을 진행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이들 중형급 스팩의 흥행과 합병 여부가 향후 스팩 시장의 분위기를 가를 척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
영상편집: 김준호, CG: 심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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