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동안 주말마다 멕시코 TV에서 시청자를 울고 웃긴 유명 방송인의 별세에 멕시코 사회가 추모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엘우니베르살, 레포르마, 밀레니오 등 멕시코 주요 일간지들에 따르면 멕시코 방송인 사비에르 로페스가 전날 멕시코시티 자택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향년 88세.
'차벨로'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고인은 1967년부터 2015년까지 자기 예명을 딴 '차벨로와 함께하는 가족'(En Familia con Chabelo)이라는 제목의 TV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인기도 매우 높아 '매주 수백만 명의 멕시코 국민들이 이 프로그램을 봤는데, 스페인어권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현지 매체들은 추켜세웠다.
대부분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 작품은 멕시코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영된 것으로, 2012년엔 '44년간 방송된 세계 최장수 가족 어린이 프로그램' 기네스 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또 60년 가까이 '차벨로'라는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한 공로로 또 다른 기네스 기록을 얻기도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트위터에 "내 장남이 40여년 전 그의 방송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났던 것을 기억한다"며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주요 관료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 등 정치권에서도 앞다퉈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시민들은 로페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멕시코시티 산앙헬 지역에 있는 장례식장 앞에 모이기도 했다. 이곳은 차벨로의 프로그램을 48년간 송출한 텔레비사 방송국과도 멀지 않다고 한다.
멕시코 방송들은 앞다퉈 '차벨로'를 기리는 헌정 특별방송을 진행했다.
로페스의 일생 중에는 한국과 관계된 것도 있다.
1935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는 곧바로 부모와 함께 멕시코 과나후아토주 레온에 정착했다. 이후 18세 때인 1953년 로페스는 미군 신분으로 한국전 참전을 준비하다 휴전으로 참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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