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서 '이순신 장군상' 설치한 이 곳…"아들 이름 딴 한식당으로 미슐랭 별 딸 겁니다"

신인규 기자

입력 2023-04-02 10:03   수정 2023-04-02 14:02

토니 박 QB호스피탈리티그룹 대표 인터뷰
뉴욕서 자수성가한 부동산·요식업 큰손
맨해튼서 연 정통 한식 파인다이닝 '안토'
'아시안' 아닌 정통 한식 가능성
"상업용 부동산 위기라지만, 지금이 기회"

"뉴욕에서 한식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통 한식으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곳은 없어요. 어느 정도 퓨전입니다. '안토(ANTO)'는 한국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나는 한국 식당으로 미슐랭 스타를 가지고 싶습니다. 6개월 안에 성패가 결정될 거에요."

2020년대 뉴욕 맨해튼 최고의 베이커리를 꼽을 때 '안젤리나'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핫 플레이스다. 구글과 옐프, 트립어드바이저의 대중 평가 뿐 아니라 콧대높은 뉴욕의 미식 평단도 사랑하는 베이커리 브랜드다. 프랜차이즈 지점 한 곳의 매출만 한 해 700만 달러에 달하는 이 브랜드의 주인은 한국인이다. 토니 박 QB호스피탈리티그룹 대표는 '안젤리나'와 '캐서린' 등 뉴욕 맛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맨해튼 요식업계의 큰 손이다.

그가 가진 다른 직함은 PD프로퍼티즈의 공동창업자다. 델리에서 시작해 부동산 개발·컨설팅까지 보폭을 넓히며 업계에서 주목받는 그는 지난달 말 맨해튼 58가의 유서깊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인수해 이 자리에 정통 한식당 '안토'를 열었다. 그 이야기 자체가 뉴스가 되어,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부터 뉴욕 타임즈에 소개된 곳이다.


맨해튼에서 요식업으로 성공하려면 음식의 맛 하나만으로는 어렵다. 고객을 붙잡아 둘 독창성과 서비스 뿐 아니라, 경기와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사업의 측면에서는 더 필요하다. 이 곳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업가들은 그런 감각이 남달리 예민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상업용 부동산(CRE)발 금융위기 우려가 아직 다 수그러지지 않은 맨해튼에서, 오히려 공격적인 행보를 택한 토니 박 대표를 만났다.

[기자 : 처음부터 미국에서 나신 분은 아니지요. 혹시 이 곳에 자리잡으려 마음먹은 때를 기억하시나요.]

[토니 박 대표(이하 박 대표) : 형이 미국 유학생이었습니다. 저는 이탈리아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있었죠. 1998년이었을 텐데, 형을 보러 여름에 뉴욕엘 왔습니다. 돈이 없으니 아르바이트를 했죠. 당시 이탈리아 직장인이 받는 월급이 600달러 정도 되었을 때인데, 미국에선 열심히만 일하면 하루에 그만큼을 벌 수 있는 거에요. 새벽에 일어나 주택 미장 일을 돕고, 오후엔 피자집에서 일하고, 밤에 청소 일을 하면 하루에 500불 정도 벌었습니다. 그때 돈 버는 재미를 느꼈죠.]

[기자 : 이후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 건너와 일하던 식당이 화재를 겪고, 식당에 남은 현금 인출기를 밑천으로 재기를 하셨다고요.]

[박 대표 : 완전히 망했었습니다. 현금인출기(ATM) 하나 들고 필라델피아에서 뉴욕으로 건너왔죠. 뉴욕에는 항상 가고싶은 꿈이 있었거든요. 연고 없이 델리(조리음식 판매를 겸한 슈퍼마켓)를 돌아다니며 사장님들을 설득했습니다. 현금인출기를 설치해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를 나누자고요. 당시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며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그 돈들을 현금인출기를 늘리는 데 썼죠.]

그렇게 시작한 ATM 사업은 7천 대로 불어났다. 당시 개인 ATM 사업자로는 미국 최대 규모였다. 현금인출기 사업으로 알게 된 인맥들로 우연히 부동산 브로커 사업에 발을 들였다. 박 대표의 현금인출기가 설치된 한인 가게의 계약 연장을 도와줬더니 브로커가 5만 달러를 줬다고 했다. 현금인출기 수수료보다 훨씬 이윤이 높은 부동산 사업에 박 대표는 또 흥미를 느꼈다. 영업 라이선스부터 시작해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 영어가 서툰 한인 자영업자들에게도, 이들을 세입자로 둔 건물주들에게도 박 대표는 훌륭한 파트너였다.

[박 대표 : 일이 잘 되어서 롯데와 같은 한국 대기업의 뉴욕 진출도 담당했고요. 반대로 공유오피스 위워크를 한국에 들여오는 일도 저희가 맡았습니다.]

[기자 : 부동산 개발·컨설팅이라는 게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지요. 그 와중에 요식업까지 키운 건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박 대표 : 기관에서 하는 일들이 큰 틀에서는 비슷합니다. 자산관리회사(AMC)에서 자산을 사면 이 건물은 증권사에서 보험사, 보험사에서 연기금, 이런 식으로 권리가 파생되는 구조지요. 수수료를 받고 건물만 한 번 사고 팔면 될 것 같지만 각 단계마다 브리핑을 비롯한 여러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건물들은 부동산 계약이 중간에 깨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이 발생하는데, 식당 사업이 이렇게 커진 데에는 사실 진행중인 딜을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건물에 세든 식당을 직접 인수했던 게 컸습니다. 제가 태생이 제빵사인 것도 영향이 있었고요.]


팔레르모의 요리학교를 졸업한 박 대표는 스스로를 제빵사라고 칭했다. 이탈리아 요리 전공인 그는 운영 중인 한식당 한 곳이 코로나로 휴업할 때 직원들을 집으로 불러 한식을 직접 배우기 시작했다(맨해튼 한인 타운인 32번가에서 그가 운영하는 한국식 구이요리 전문점 '안토야'는 한인타운 내 유일하게 지난해 미슐랭 빕 그루망에 오른 레스토랑이다). 거기서 재미를 느낀 그는 정통 고급 한식 레스토랑을 맨해튼에서 열어 성공하겠다는 꿈을 갖기 시작했다. 부자들의 거리, 맨해튼 243 이스트 58가에서 문을 연 '안토'는 토니 박 대표 아들의 이름을 따 만든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기자 : 그렇게 '사고'로 출발해 키워나간 요식업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오늘 인터뷰가 성사된 것도 이번에 문을 연 '안토' 덕일텐데, 자랑을 좀 해주셔도 괜찮겠습니다.]

[박 대표 : 맨해튼에서 미슐랭 2스타 이상을 받으려면 식당에 1,100종 이상의 와인이 있어야 해요. 돈 많이 썼죠. 음식의 질은 당연합니다. 뉴욕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연구했지만 디저트까지 정통 한식입니다. 셰프 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최고고요. 와인 디렉터, 홀 매니저 모두 2스타 이상의 뉴욕 레스토랑에서 일해온 사람들이에요. 인테리어는 직접 한국에서 공수한 물품들로 채워넣었죠. 우리는 코리안 퓨전이 아니에요. 코리안-코리안으로 미슐랭 스타를 받는 레스토랑이 우리의 목표에요. '코리안 치프리아니', 그게 우리의 목적이에요.]

치프리아니는 레스토랑으로 시작해 영국 런던과 이탈리아 베니스, 스페인 이비자 등 전 세계에 호텔과 고급 클럽을 소유·운영하는 이탈리아의 유서깊은 기업이다. 가문의 성을 딴 치프리아니는 뉴욕에만 10개 가까운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한다.



'안토'에는 한국 사람이라면 익숙할 화로가 테이블마다 자리해 있고, 2층엔 거북선과 무궁화가 오브제로 장식되어 있다.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상도 축소해 옮겨왔다. '일본 손님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농담을 던지자, 박 대표는 본인이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니 괜찮다면서도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뉴욕의 문화와 소비의 흐름이 이미 바뀌고 있음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중국, 그리고 한국으로. 대중 문화로부터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뉴욕의 고급 식문화로 확장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혔다.



뉴욕의 파인다이닝 가운데 이정도로 한국의 색채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려는 곳은 찾기 어렵다. 아시안, 혹은 퓨전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낸 '코리안'이 까다로운 뉴욕의 새로운 화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엿보였다. 지점 한 곳의 구성과 인건비에만 4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했다. 안토는 이미 2호점과 3호점을 계획 중이다. 경기 회복을 낙관하지 않는다면 단행하기 어려운 투자다.

[기자 : 제가 맡은 것이 경제 분야다보니 이 질문 하나는 드려야겠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질 거라고들 합니다. 여기서도 상업용 부동산 매물들이 싸게 나오고 있고, 월가에선 2008년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이 남아있고요. 혹시 지금이 그 때와 닮았다는 느낌이 드십니까.]

[박 대표 : 지금이 그때와 완전히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를 위기가 아니라 또다른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박 대표 : 그 당시에 제곱피트(10.7제곱피트=1제곱미터) 당 2천 달러짜리 건물이 분양이 도통 되지 않아, 계약금으로 제곱피트 당 50달러만 내면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땐 그 투자를 하지 못했죠. 2000년 때 닷컴 버블 때 맨해튼의 평균 부동산 가격이 제곱피트 당 500달러 정도였던 것을 알고 있었고, 2008년 때에 들어와서는 '거품이 너무 심하다, 맨해튼의 부동산은 끝났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제가 투자하지 않은 건물은 얼마 뒤 제곱피트당 2,200달러에 분양이 완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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