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힘 못쓴 행동주의…출렁인 주가에 개미들 '울상'

입력 2023-04-02 15:32  




올해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활동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지만 정작 주주총회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해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주장을 펼치며 폭넓은 지지를 받았으나 주총 승패의 관건인 표 결집에 한계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태광산업 주총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 제안한 액면분할, 주당 1만원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등 3개 안건이 상정됐으나 표 대결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같은 달 24일 BYC 주총에서도 트러스톤은 배당금 증액, 액면분할, 자사주매입, 감사위원 선임 등을 주주제안해 안건들이 상정됐지만 부결됐다.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개선을 끌어내 눈길을 끌었던 얼라인파트너스도 지난달 JB금융지주 주총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JB금융지주 주총에서 얼라인이 제안했던 주당 900원 배당금 지급 안건은 부결되고 사측 이사회가 제안한 주당 715원 배당금 지급 안건이 통과됐다. 얼라인이 추천했던 김기석 사외이사 후보 선임 의안도 부결됐다.

KT&G의 경우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로부터 동시에 공격받으며 주총서 이변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이사회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두 펀드가 제안했던 현금 배당안이나 사외이사 증원 및 후보 추천 안건들은 줄줄이 부결됐다.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인삼공사 분리상장 건은 주총 안건으로 상정조차 안 됐다.

소액주주들의 연대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DB하이텍의 경우 사측이 추진한 반도체 설계사업(팹리스)을 자회사로 떼어내는 물적분할 안건이, 기존 회사의 기업가치 희석과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소액주주들의 반대 속에도 주총을 통과됐다.

KISCO홀딩스 주총에서도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소액주주들이 제안해 상정된 자기주식 매입 안건과 분리 선출 감사위원·사외이사 후보자 선임 안건이 부결되며 고배를 마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큰 지지를 얻었지만 정작 주총이라는 결정적인 순간에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데 한계를 보인 반면, 대주주들은 소수의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우호세력을 적극 확보해나가며 방어하는 차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변은 있었다.

지난달 31일 남양유업 주총에서는 그간 오너 리스크에 불만이 쌓인 소액주주들이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힘을 실으며 이 펀드가 추천한 심혜섭 법률사무소 대표를 감사위원으로 선임, 이사회에 입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총 성과는 사실상 전무한 와중에 타깃이 된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만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KT&G는 안다운용과 FCP가 제시한 각각 7천867원, 1만원의 현금배당안이 부결되고 이사회 측의 5천원 안이 통과되자 주총 당일에만 주가가 2.40% 떨어졌다. 주가는 지난달 31일 8만3천900원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주주행동에 힘입어 지난 1월 25일 기록한 연중 고점(9만6천400원) 대비 12.96% 급락한 수준이다.

BYC 역시 트러스톤이 제안한 배당 확대 등의 안건이 모두 부결되자 주총 당일인 지난달 24일 1.56% 하락했고, 직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에는 7.82% 내려갔다. 이에 지난달 3일 56만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던 주가는 지난달 31일 43만500원까지 내려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23.13% 폭락했다.

KISCO홀딩스의 경우 자사주 매입 안건이 부결되자 주총일인 지난달 24일과 27일 주가가 각각 6.44%, 4.21% 하락했다. 지난달 31일 종가는 2만250원으로, 52주 신고가인 지난달 13일(2만6천300원)보다 23% 낮아졌다.

이처럼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먹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도 했다.

실제 SM엔터테인먼트나 KT&G 등의 주가는 관련 행동주의 펀드들이 새로운 요구사항을 내놓거나 주가 방향성을 언급할 때마다 일희일비하듯 반응했고, 일부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카페 등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주가 변동성을 이용해 각종 이슈로 주가만 자극한 뒤 지분을 팔아치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었다.

앞으로 주주 행동주의가 성과를 내려면 다른 주주들과의 연대 및 책임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바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주주 행동주의의 지속성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다만 단독으로는 기업의 행동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와 연합하거나 기관 투자자 등을 우호 세력으로 만드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투자방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 기업을 하나의 테마주로 여기고 단기차익을 얻고자 투자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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