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 전체목록

美 은행위기의 교훈…재테크 차원에서 주는 시사점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3-04-03 07:06   수정 2023-04-19 13:19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비롯된 미국의 은행위기가 큰 고비는 넘기는 분위기다. 월가의 공포지수(VIX)와 주식시장의 투자심리지표인 공포·탐욕 지수(FGI)는 SVB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 은행 EFT 거래량도 일평균 270만주로 정상수준을 되찾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도 은행위기로 떨어졌던 국민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단일금융법(일명 도드-프랑크법)을 재손질하는 등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의 안정세가 ‘진정한 축복’인지, 아니면 ‘위장된 축복’이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은행위기는 몇 가지 교훈을 던져준다.

첫째, 통화정책을 비롯한 모든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구성의 오류’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지난 1년 간 미국 중앙은행(Fed)은 거시 차원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말이 뛰는 갤로핑 방식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하지만 미시 차원에서는 은행위기 등의 부작용이 심하게 노출되고 있다.

둘째, ‘그림자 금융의 무서움’도 통감했다. 단일금융법의 적용대상은 자산규모 500억 달러 이상의 모든 은행이었으나 제롬 파월 Fed 의장 등이 주도해 5000억 달러 이상의 대형은행으로 한정시켰다. 2000억 달러대의 SVB, 1000억 달러대의 시그니처 은행은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은행위기의 빌미가 됐다.

<그림 1> 미국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현황 (자료: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현황)


셋째, ‘디지털의 양면성’을 인식하는 첫 기회가 됐다. 모든 금융사는 고객에게 편리를 준다는 명목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했으나 정작 예금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는 소홀히 했다. 금융위기 역사를 되돌아보면 법과 현실 간의 괴리가 심할수록 대형위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위험관리 면에서 ‘가짜뉴스가 주는 시사점’도 체감했다.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큰 금융여건에서는 특정 위험이 발생했을 때 진위 여부를 가늠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민스키 모멘텀, 즉 어느 순간에 뱅크런이나 펀드런이 발생한다. 이때 지급준비금이나 증거금이 부족할 때는 곧바로 위기로 치민다는 것을 이번 은행위기가 여실히 보여줬다.

다섯째, ‘금융사 임직원의 도덕성과 책임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확인하는 기회도 됐다. SVB 사태에서 보여줬듯이 지급준비 부족 등을 해당 금융사 임직원이 가장 빨리 알 수 있다. 예금자 보호를 위해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할 금융사 임직원들이 자신의 자산부터 팔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바이든 정부는 위기극복의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바이든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각각 부통령, Fed 부의장으로 근무하면서 리먼 사태 극복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번 은행위기의 대처방식은 앞으로 발생할 모든 위기극복에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돋보인 것은 최대 난제였던 시스템 위기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도덕적 해이 방지와 자가책임의 원칙을 지킨 점이다. 리먼 사태 당시 구제금융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낳았던 뼈아픈 교훈을 살려 책임져야 할 금융사와 투자자의 자산은 조기에 파산시키거나 처분해 추가적인 자산손실을 막았다. 반면 예금자를 확실하게 보호하는 데 주력했던 것이 전반적인 은행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지킬 수 있었다.

위기 대응도 바이든 대통령이 최선봉에 서서 재무부, 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간의 공조체제가 잘 작동됐다. 시장에서는 투자심리 안정에 상징 효과가 큰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JP 모건 등이 적극 나섰다. 국민도 ‘금융위기’ 치욕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예금인출 등을 가능한 자제했다.

<그림 2> 미국 상업용 대출의 부실 현황 (자료: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최근 미국 상업용 대출 현황)



앞으로 Fed의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 건전성 확보 등과 같은 다른 목표를 감안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단일금융법의 적용대상도 1,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갖은 중견 은행까지 넓히고 레버리지 비율도 축소할 방침이다. 금융사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은행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15년 만에 재연되는 만큼 과거 금융위기의 경험을 곰곰이 따져보면 재테크 차원에서도 주는 시사점도 크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투자 손실액이 전 세계적으로 약 1경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 만큼 실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재앙’이었다. 특히 정보 취득이나 투자심리를 다스리는 면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개인 투자자들은 커다란 손실을 입어 극단적인 선택 등 사회적인 변리 현상도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손실을 입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브프라임 모기자 사태를 계기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에 전 세계인을 또한번 놀라게 한다. 코로나 사태 때는 더하다.

버핏과 같은 세계적인 부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코로나 사태처럼 각종 위기가 발생한 직후 큰돈을 벌기 위해 즐겨 쓰는 방법이 ‘체리 피킹(cherry picking)’ 기법이다. 본래 마켓팅 용어인 체리 피킹은 요즘에는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권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 경제여건이나 기업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국가에 속한 주식이나 업종에 속한 주식만을 골라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각종 위기 때 버핏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월가에서는 이렇게 비유한다. 체리(과도하게 떨어진 주식)나무로 가득한 과수원(증시)에 빈 봉투(포트폴리오)를 갖고 들어간다. 가까운 체리 나무에서 탐스럽게 잘 익은 체리를 딴다. 그다음에 옆의 나무로 이동해서 또 좋아 보이는 체리를 따서 담는다. 이렇게 하다 보면 빈 주머니에는 가장 좋은 체리만을 가득 채울 수 있게 되고 체리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큰돈을 벌 수 있다.

체리 피킹은 그 특성상 버핏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활용할수록 더 큰 효과가 난다. 버핏이 체리 피킹으로 주식을 산다면 먼저 그 주식의 저평가된 가치가 부각된다. 또 매스컴을 통해 이 사실이 공개되면 될수록 버핏이 사들인 주식에 대한 확정적인 편향까지 생겨 그때까지 생각지 않았던 투자자(FOMO)들의 주식 매입을 부추키면서 주가 상승세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주가 하락률을 토대로 체리 피킹의 가장 적합한 국가는 중국, 한국, 동유럽, 중남미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모기지 부실의 직접적인 피해업종인 금융주와 건설주의 주가 하락 폭이 컸다. 한국의 경우에는 특정 증권사가 보유한 업종의 주가가 많이 떨어진 점이 특이했다. 버핏을 비롯한 세계적인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큰돈을 벌어 재산 규모가 한 단계 더 뛰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버핏이 체리 피킹을 하더라도 주식을 사들일 때는 철저하게 ‘피라미딩(pyramiding)’ 원칙을 지킨다는 점이다. 피라미딩은 주식을 살 때마다 투자금액을 동일하게 유지해 주가가 올라갈수록 피라미드처럼 매입 주식 수를 적게 가져가는 방법을 말한다. 무한정 사들인 종목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회계 원리상 선입선출법에 따라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과감하게 차익 실현에 나서는 기법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체리 피킹을 통해 금융 불안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주가가 회복되면 더 큰 돈을 벌기 위해서는 현시점에서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국가와 업종의 편입비율이 높은 글로벌 적립식 펀드에 매월 일정액을 넣어두는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버핏이 체리피킹할 때 피라미딩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탐욕은 반드시 실패로 끝나기 때문이다.

<표 1> 3월 Fed의 미국경제 전망 (자료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2023년 3월 FOMC 현지 반응)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겸·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