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지도자들이 13일(현지시간) 수도 로마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인 로마 키지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통역 없이 약 70분간 영어로 회담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는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강력한 입장에 서야 한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10개 평화 공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군 철수와 정의 회복, 핵 안전과 식량 안보 등 10개 평화 공식을 제안한 바 있다.
멜로니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자신뿐만 아니라 나머지 유럽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고 전쟁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탈리아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아울러 로마 거리에서 본 많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납치된 어린이가 20만명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직접 볼 필요가 있다며 이탈리아 정치인들을 우크라이나로 초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탈리아를 방문한 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오전 로마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멜로니 총리를 만나기에 앞서 대통령 관저인 로마 퀴리날레 궁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회담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우리는 전적으로 당신 편이다. 환영한다"며 이탈리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재정, 인도주의, 재건 지원을 전폭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평화는 정의와 국제법을 통해 되찾을 수 있다"며 항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타렐라 대통령, 멜로니 총리를 만난 뒤 바티칸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접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0년 2월 8일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난 바 있지만 전쟁 발발 이후로는 첫 만남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을 접견한 뒤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비극에 관심을 가져준 교황에게 매우 감사하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납치된 어린이들의 운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성명을 내고 "약 40분간 진행된 면담은 전쟁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정치적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며 "교황은 가장 연약하고 무고한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인류애의 몸짓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젤레스키 대통령에게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형상화한 청동 조각품을 선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황에게 방탄판으로 만든 작품과 전쟁에서 살해된 어린이를 주제로 한 '상실'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선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비밀 평화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공개한 바 있어 둘의 만남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교황청 관계자는 현지 언론매체에 이번 만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급한 비밀 평화 임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불과 며칠 전, 교황청에 프란치스코 교황 접견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약 1천명의 보안 요원을 배치하고,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고층 건물에는 저격수들을 배치하는 등 삼엄한 경호를 펼쳤다.
전쟁을 피해 이탈리아로 넘어온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은 자국 지도자를 환영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동 경로마다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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