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인사들이 즐비한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정부하에서 처음으로 열린 예루살렘 성소수자 행진(Pride parade)에 역대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현지 언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행사 주최 측인 '예루살렘 오픈 하우스'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약 3만명이 참여해 성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평등한 대우를 촉구했다.
이날 참석 인원은 예루살렘 성소수자 행진 사상 최대 규모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2015년 행사에 참여했던 10녀 소녀가 초정통파 유대교도 남성의 흉기 공격에 희생된 이듬해 행사 때보다 약 5천명 이상 많다.
이날 행사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성토 분위기와 맞물려 정부 비판 성격이 짙었다.
참가자들은 플래카드, 포스터, 의상 등을 통해 초강경 우파 정부와 이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부 무력화 입법 등을 성토했다.
일부 참가자들이 입은 티셔츠엔 "나는 대법원을 사랑한다"는 문구가, 플래카드에는 "민주주의 없이는 자부심도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행사 참석자인 노엄 아드킨은 "지금, 이 정부에는 가장 혐오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올해 행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2년에 시작된 예루살렘 성소수자 행진은 그보다 몇 배 규모가 큰 텔아비브 등 다른 도시의 성소수자 행진과는 몇 가지 다른 특징이 있다.
예루살렘은 종교적인 성지인 데다 이스라엘이 수도로 삼는 곳이어서 보수적인 색채가 짙고, 성소수자 행진을 빌미로 정치적인 견해를 표출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올해 행사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초강경 우파 정부하에서 처음으로 열려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됐다.
이스라엘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과거 성소수자 혐오자였지만 이번엔 행사의 질서유지 책임자로 행사를 맞았다.
그는 2006년 '야수 행진'이라는 성소수자 혐오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경찰 조직을 관할하는 벤-그비르 장관은 성소수자 행진이 공격당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성소수자 혐오자들의 맞불 행사도 표현의 자유 보장 차원에서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이날 주요 행사장인 리버티 벨 파크 인근에 나타나자 성소수자 무리에서는 "부끄러운 줄 알라", "나치 아웃" 등 비난의 구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공영방송 칸(Kan)에 따르면 이날 극우세력들은 벤-그비르 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야수 행진' 행사를 취소했다.
다만, 30여명의 극우 성향 인사들은 별도의 소규모 반대 집회를 열고 "이건 자랑이 아니라 혐오다" 등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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