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의 상징인 송골매가 이 지역 도심 번화가에서 행인들을 공격해 '송골매 주의' 경고문이 붙었다.
2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카고에서 특허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척 발로스카스는 지난주 어느날 퇴근하던 길에 갑자기 머리 위로 무언가 큰 물체가 털썩 하고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아 걸음을 멈췄다.
발로스카스는 "'이게 뭐지 싶었다. 40cm 크기의 소프트볼이 머리 위에 떨어진 느낌이었다"며 곧이어 매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매의 부리에 머리를 쪼여 두피가 2.5cm 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후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파상풍 주사까지 맞았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사고 당시 발로스카스는 시카고 강변의 번화가 중 하나인 웨커 드라이브를 걷고 있었다"며 "송골매 한 쌍이 인근 건물 7층 난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 3마리가 부화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해당 건물의 보안요원은 "이들 송골매의 공격을 받은 사람이 발로스카스 외에 최소 1명은 더 있다"고 전했다.
결국 건물주는 "경고! 송골매 조심! 건물 난간 위 둥지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매들이 공격할 수 있으니 다른 길로 돌아가세요"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송골매 둥지가 내려다 보이는 건물 10층에 근무하는 루벤 과디올라는 "최근 2주간 사무실 창문을 통해 관찰한 결과, 매 한 쌍은 지난주 새끼들이 부화한 이후 행인들에게 공격적으로 변했다"면서 "고층빌딩 난간은 새들이 둥지를 틀기에 좋은 조건인 것 같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고 포식자를 피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시카고 소재 유명 자연사박물관 '필드 뮤지엄'(Field Museum) 측은 "최소 2016년 이후 매년 봄 야생 매들이 시카고 도심 빌딩에 둥지를 짓는다"며 "올해는 너무 낮은 곳에 둥지를 틀어 보행자들에게 더욱 공격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겁을 줘서 새끼들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새끼들이 조금 더 크고 나면 공격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카고 abc방송은 "송골매는 시카고를 상징하는 새이고 한때는 일리노이주의 '멸종 위기종' 목록에 오르기도 했었다"면서 "시카고시의 '송골매 보호 프로그램' 덕분에 현재 필드뮤지엄 관리 하에 시카고에서 서식하는 송골매가 20쌍에 달한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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