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았던 ‘OPEC+ 6월 정례회의’
회의 결과?시장 영향은?
오늘 우리가 한 발 더 깊게. 또 더 넓게 살펴봐야 할 월가 소식들 짚어보시죠. 유가 향방에 있어 주요 이벤트. 바로 간밤 있었던 OPEC+의 6월 정례회의였습니다. 이번 정례회의는 유독 회원국 간의 이견이 부각됐는데요. 오늘은 OPEC+ 정례회의 주요 내용과 함께 어떤 논쟁들이 오갔는지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회의 전 추측 기사들을 통해 부각됐던 OPEC+ 차원의 대규모 감산은 없었습니다. OPEC+는 기존의 올해 생산량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는데요. 대신 지난 4월 발표해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인 회원국 간 자발적 감산은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총 감산량은 하루 366만 배럴로, 앞서 4월 감산 발표 때와 실질적으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7월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OPEC+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7월 한 달간 추가로 100만 배럴을 더 감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앞서 4월 발표한 하루 50만 배럴 자발적 감산에 이어 추가로 7월 한 달 동안은 100만 배럴을 더 감산하겠다는 뜻으로,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로 7월 사우디의 생산량은 2021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7월 한 달간은 OPEC+의 총 감산량이 하루 466만 배럴로 늘어나게 됩니다. 한편, 사우디는 7월 이후에도 100만 배럴 추가 자발적 감산 조치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간 경고해 온 공매도 세력에게 일종의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을 짚어봤으니, 이번에는 과정을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유독 회원국 간 논쟁이 부각됐습니다. 공식 회의 하루 전인 현지 시각 3일 러시아와 러시아 동맹국을 제외한 OPEC 장관들이 미리 만나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의견 차이로 밤늦게까지 회동이 이어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고요. 회의 당일인 현지 시각 4일 아침까지도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공식 회의 시간은 현지 시각 오전 11시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두 차례나 연기돼 결국 오후 1시에 시작했고요. 회의 도중 앙골라와 가봉 등 아프리카 국가 대표단 중 일부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장장 4시간이라는 긴 회의 끝에 결론에 도달하게 됐는데요.
이렇게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오래 걸렸던 이유. 크게 보면 두 가지 쟁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첫 번째 쟁점. 추가 감산 여부에 대한 이야기부터 살펴볼까요. 이번 회의 전부터 사우디와 러시아 사이에 감산을 두고 다른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사우디 석유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공매도 세력들을 콕 집어 추가 감산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빈 살만 왕자의 경고 바로 다음 날. 러시아의 노박 부총리는 감산은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러시아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죠. 그렇다 보니 값싸게라도 원유를 시장에 많이 내놓고 싶어 합니다. 일종의 ‘박리다매’ 전략인 건데요. 한편, 사우디는 ‘더 라인’ 건설과 홍해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어 국제유가를 81달러 선 위로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서로 원하는 바가 달라 감산에 있어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건데요. 불과 몇 달 전 자발적 감산을 내놓으면서 관계를 공고히 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여기에 산유국 간 생산 할당량을 두고도 말이 많았는데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는 두바이 생산 능력이 늘어난 걸 할당량을 책정할 때 반영해 달라고 그간 요구해 왔습니다. 생산 할당량을 늘려달라는 거죠. 이번에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의 이런 요구를 들어주려 했는데요. 누군가 할당량을 늘린다면, 누군가는 반대로 할당량을 줄여야겠죠. 아프리카 회원국들은 코로나19로 이후 시설 폐쇄 등 다양한 이유로 할당량보다 적게 생산해 왔는데요. 따라서 사우디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할당량을 줄여달라고 했지만, 아프리카 회원국들은 이를 거부하며 회의가 길어졌습니다. 아프리카 회원국 입장에선 해외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싶은데, 애초에 할당량이 줄어든다면 그럴 수 없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결국 회의는 2024년부터 아랍에미리트의 생산량은 하루 약 20만 배럴 증가하고, 아프리카 회원국들의 할당량은 줄어드는 쪽으로 결정 났습니다. 블룸버그는 결국 이번 회의 최대 승자는 아랍에미리트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또, 해당 결정으로 2024년 원유 공급은 결국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미 아프리카 국가들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생산량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OPEC+회의 결과…간밤 따끈따끈하게 나온 소식입니다. 따라서 아직 직접적인 분석들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번 회의 전 OPEC+가 추가 100만 배럴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을 당시 시장에서는 추가 감산이 나오더라도 경기 둔화 가능성 등으로 단기 하방 압력은 여전하다는 분석들이 우세했고요. 또, 뉴욕타임즈는 러시아 등 사우디를 제외한 다른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조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할지 역시 미지수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유가 향방을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 이예은이었습니다.
한국경제TV 제작1부 정연국 PD
ykjeon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