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물량 급증…기업 자금조달 부담 커진다

서형교 기자

입력 2023-06-05 19:06   수정 2023-06-05 19:06

    <앵커>

    한동안 자금 시장을 잠식했던 한전채에 이어, 최근 들어 은행채 발행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한전채와 은행채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은행채 공급이 늘면, 금리도 뛴다는 점입니다.

    은행채 금리가 올라가면, 이를 기준으로 하는 대출금리도 덩달아 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부 서형교 기자와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가 완전히 사라진 듯 합니다.

    서 기자, 최근 은행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는데 실제로 어느 수준입니까.

    <기자>

    네, 앵커가 말한 대로 최근 은행채 발행액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5월 한 달 동안 은행채는 약 1조원어치 순발행됐습니다.

    상환액보다 발행액이 많았다는 건데, 은행채가 순발행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입니다.

    단순 발행액만 보더라도 지난달에 25조원어치가 발행됐는데요.

    지난 3월과 4월에 각각 10조원, 14조원어치가 풀린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입니다.

    <앵커>

    증가세가 이례적으로 가파르긴 합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은행들이 이렇게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요.

    먼저 은행의 자금 조달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을 보면 2021년 12월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달에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이 7000억원가량 늘어난 영향입니다.

    또 기업대출 잔액도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요.

    은행 입장에서 대출을 늘리려면 어디선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때 주된 수단이 예적금과 은행채입니다.

    그런데 정기예금 금리가 3%대 중반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예적금에서 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자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겁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지난 4월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를 만기 물량의 100%에서 125%로 완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실제로 지난달 대부분 시중은행이 125%의 한도를 모두 채우면서 채권 발행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앞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도 상당하다는데, 앞으로 은행채 발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시장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는 124조원 수준입니다.

    당장 이번달과 다음달에도 20조원이 넘는 은행채가 만기를 맞는데요.

    지금 보여드린 통계는 말 그대로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이고, 은행 입장에서 필요할 경우 발행량을 추가로 늘릴 수도 있습니다.

    은행권이 발행 한도를 꽉 채우면 하반기에 최대 155조원 규모의 은행채가 발행될 수 있는데요.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조절했었는데, 올해 그런 제한이 풀리면 발행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신용등급이 좋은 은행채가 쏟아지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가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잖아요.

    은행채 발행량이 늘어났는데 시장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은행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상승하게 됩니다.

    문제는 은행채 금리만 오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 전반의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건데요.

    은행채는 신용등급이 트리플A인 우량채로 평가됩니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리를 더 크게 올려야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 때 한전채가 유동성을 빨아들이면서 자금시장 경색을 일으킨 것과 유사한데요.

    실제로 은행채 금리는 만기와 상관없이 한 달 전과 비교해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에 따른 영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A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 당국이 정책을 어떤 식으로 유도하느냐,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은행들이 정상적으로 차환 발행에 나서고 추가 발행을 할 경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고…]

    <앵커>

    은행채 발행이 늘고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일반 금융소비자들 대출금리도 올라가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참고하는 금리가 은행채 금리거든요.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나 신용대출 금리도 덩달아 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금리도 1주일 만에 상단이 1.9%포인트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요.

    최근 은행채를 중심으로 시장 금리가 다시 튀어오르면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금융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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