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상업용 부동산 회사들이 거센 파도 위에 놓여 있다.
차입 비용 상승과 주식 가치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이미 많이 내려간 상태에서 추가로 하락할 위기에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영국 금융중심지 시티오브런던에서부터 독일 베를린까지 사무공간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지난 3개월 연속 부동산은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가장 인기 없는 산업이 됐다고 전했다.
부채에 짓눌린 부동산 회사들은 더욱 불확실한 미래에 맞서 자산 매각과 배당금 삭감 등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일부는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됐거나 떨어질 위험에 놓이면서 자금을 빌리는 데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실정이다.
스웨덴 부동산 대기업 SBB는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상징적인 회사로, 가치가 사상 최고치일 때에 비해 90% 이상 폭락했다.
이 회사는 2천개 이상의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는데, 저금리 시대가 끝난 현시점에서 약 80억 달러의 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정급 등급으로 강등됐으며 신주 발행 계획도 무산됐다.
시장에서는 다른 부동산 기업들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회사는 비용이 더 드는 다른 형태의 부채 혹은 신주 발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로 인해 수익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다.
덩달아 이들 회사 주식은 2008년 금융 위기 이래 가장 값싼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로 스톡스(Stoxx) 600 부동산 지수는 유럽 벤치마크 지수에 비해 최저 수준에 있다.
영국의 경우 브리티시 랜드(British Land Plc)는 영국 대형주 주가지수인 FTSE 100에서 20여년 만에 제외됐으며, 런던 카나리 워프(Canary Wharf) 금융지구의 소유 회사는 정크 등급으로 강등됐다.
프랑스 파리와 베를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주요 업무용 빌딩 가격도 지난 1년 사이 30% 이상 떨어졌다.
그러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40%까지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MAPFRE 애셋 매니지먼트의 펀드 매니저 루카스 마루리는 통신에 부동산 쪽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며 "향후 수개월 동안 부동산 회사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유럽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리스크들이 여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REUTERS 연합)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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