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라미란이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를 통해 대체불가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라미란은 지난 2015년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88’ 이후 안방극장에서 압도적인 열연으로 극을 쥐락펴락했다.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다.
지난 8일 종영한 ‘나쁜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영순(라미란 분)과 뜻밖의 사고로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 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나쁜엄마’의 성공에 있어서는 라미란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좀 아쉬웠어요.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촬영했어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조우리 마을 사람들과 있는 장면들이 많다보니까 옛날에 공연하던 생각도 나고, ‘응답하라 1988’ 때처럼 사람들이 복작복작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극중 라미란은 홀로 돼지농장을 운영하며 아들을 키우며 가난과 무지로 인한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나쁜 엄마가 되기를 자처한 진영숙 역을 맡아 열연했다. 타이틀 롤을 맡은 부담감은 없었을까.
“주인공에게 너무 치우쳐서 풀고 가는 게 아니라 좋았어요. 주변 인물도 살아있고, 이야기도 다 있고, 그러면서 같이 합쳐지고, 흩어져서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어요. 부담이나 이런 것들은 느낄 필요가 없었죠. 나 말고도 극을 채워주는 분들이 많아서 혼자 끌고 간다는 느낌이 안 들었어요.”
‘나쁜엄마’의 입덕 포인트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누구나 공감할 법한 ‘엄마’와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영순을 어떻게 준비할까라고 고민하기보다 그냥 영순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님이 원래 영화로 만들려고 하다 3년에 걸쳐 드라마화 작업을 하신 거예요. 한 번에 다 읽어 내려갔어요. 놓칠만한 신이 거의 없었어요.”
라미란은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에 큰 울림을 안겼다. 극 중 남편 해식(조진웅 분)과 함께하는 20대 시절은 물론, 아들 강호를 낳고 달라진 영순의 모습까지. 라미란은 세월을 넘나드는 열연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시청률을 견인했다.
“이렇게 다사다난하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인생을 사는 역할을 맡는 게 쉽지 않아요.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도 있고, 삶을 바라봐야 하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이런 작품을 언제 해보겠어요. 내 나이가 되면 작품 속에서 주변 액세서리처럼 빠져있을 확률이 높은데, 배우로서 이런 역할은 너무나 매력 있는 거죠. 재밌고, 사랑스럽고, 이런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 않으니까 들어올 때 감사하게 해야 해요.”
라미란의 열연은 빛을 발했다. 아들을 위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영순의 사연을 깊은 내공이 담긴 연기로 소화했고, 시청자들은 독한 영순의 모습에 탄식을 표하는 한편 아들을 지키려는 영순의 모성애에 감정 이입하며 위로를 보내기도 했다.
“엄마라서가 아니라 영순이니까. 이런 삶을 살았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고 판단이고, 그에 따라 실수하고 잘못하고 용서를 빌고 관계를 맺어가면서 이 이야기가 생기는 거죠. 상황이 버겁기는 했지만, 버거운 만큼 감사함이 더 커지지 않았나 싶어요.”
라미란은 영순을 디테일한 연기로 표현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아들 강호의 사고, 위암 4기 판정, 남편 해식의 복수 등 전개에 따라 변화하는 영순을 라미란은 섬세한 눈빛과 표정 연기로 선보였고, 몰입도를 더하며 극의 재미를 증폭시켰다.
“다들 영순을 팔자 사나운 여자라 생각하실 것 같아요. 영순은 부침이 많았고 작가님이 끝까지 눈물을 뿌리게 해주셨지만, 옛날 노래인 ‘나는 행복합니다’가 계속 나오니까 콧노래를 부르고, 노랫말처럼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결말을 맺었어요. 결말이 참 마음에 들어요.”
라미란의 눈물 연기는 시청자들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매회 펼쳐지는 라미란의 진한 감정 연기는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고, 라미란이 울면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되는 시청자들의 ‘눈물 버튼’으로 활약하며 라미란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아침 첫 장면부터 감정신이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항상 눈이 부어있는 경우가 많았죠. 어느 날은 부기가 빠졌다가, 어느 날은 부었다가 그랬어요. 참 신기한 게 대본이 잘 쓰여 있으면 감정이 저절로 생겨요. 그래서 감정 연기에 대한 염려는 없었어요. 눈물 연기를 이렇게까지 한 작품은 없었어요. 심지어 많이 줄인 거예요. 눈물이 나올까 봐 틀어막고 했던 장면도 많았어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눈물이 나는 경우도 있었죠. 그걸 조절하고 클린하게 만드는 데 힘을 더 썼어요.”
라미란의 명품 열연이 빛난 ‘나쁜엄마’는 첫 방송 3.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서 상승세를 타고 최종회 14부에서는 12%라는 최고 시청률로 행복한 엔딩을 맞았다.
“체력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작품이지만 정신적으로는 힘이 안든 작품이었어요. 잘 쓰인 대본은 별로 할 게 없어요. 애쓰지 않아도 돼요. 나오지 않는 감정을 끌어낼 필요가 없어요.”
‘나쁜엄마’는 라미란, 이도현을 비롯해 안은진, 유인수, 정웅인, 최무성, 서이숙, 김원해, 장원영, 강말금 등 ‘믿보배’ 군단의 시너지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도현이는 앞으로 한국 방송계를 씹어 먹을 배우예요. 모든 배우, 하다못해 돼지까지 베테랑 연기를 펼친 현장이었지만 이도현은 농담을 하다가도 바로 감정을 조절하고, 연기의 폭도 넓은 배우라 앞으로가 더 기대가 돼요. 사실 강호 역할은 매우 어려워요. 어린 아이가 검사가 됐다가 다시 어린 아이가 되기도 해요. 이걸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27살인데 시대물인 KBS2 ‘오월의 청춘’도 끌고 가더라고요. 교복을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죠. 도현만의 색깔이 있어요. 도현이 덕분에 저의 SNS 팔로워가 많이 늘었어요. 촬영 현장이 너무 즐거웠어요. 조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다 베테랑 연기자였어요. 빌런들인 최무성과 정웅인은 촬영장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TV를 보고 확인했는데, 정웅인이 동화를 읽어주는 신이 너무 무서웠어요.”
라미란은 ‘나쁜엄마’를 통해 성공적인 안방극장 복귀를 할 수 있었고,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차세대 ‘국민엄마’로 꼽히고 있다.
“아직 ‘응답하라 1988’의 ‘치타여사’ 이미지도 떼지 못했어요. 다른 작품을 통해 이미지 변신도 해야 하니 ‘국민엄마’ 수식어는 사양할게요. 요즘 중년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이 많아졌어요. 저는 역할이 작더라도 재밌고 의미 있는 작품이면 도전하고 싶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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