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거물 정치인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현지 특별검찰청의 소환 조사를 받는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는 특별검찰청이 권 대표를 오는 16일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검찰청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 조기 총선(11일) 직전,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 장관, 블라디미르 노보비치 수석 특별검사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 신생 정당 '지금 유럽'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고 정치자금을 후원했다고 폭로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공개된 권 대표의 '옥중 편지'에 몬테네그로 정계는 발칵 뒤집혔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정당에 기부하거나 선거 운동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정당은 모든 기부금을 부패 방지국에 보고해야 한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가 스파이치 대표에게 '검은돈'을 제공했다는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특별검찰청에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장관 역시 특별검찰청에 수사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아드지치 내무장관은 권 대표와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만났으며, 권 대표에게서 압수한 노트북에 거액의 정치자금 후원의 증거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스파이치 대표는 테라폼랩스 초창기인 2018년 초에 자신과 당시 자신이 일하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 대표에게 정치 자금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권 대표와 지난해 세르비아에서 마지막으로 만났고, 당시에는 권 대표가 인터폴 적색 수배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지금 유럽'은 아바조비치 총리와 아드지치 내무장관이 권력을 활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했다며 직권 남용 혐의로 이들을 특별검찰청에 형사 고발했다. 또 아드지치 내무장관이 사법부 외에는 접근이 금지된 압수 노트북에서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 규명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요구했다.
특별검찰청은 14일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가 지내는 구치소 내부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치소 내부에서 불법 소지품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는 보도했다.
'포베다'는 특별검찰청의 압수수색과 뒤이은 권 대표 소환 조사가 '옥중 편지'로 불거진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지난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체포돼 기소된 권 대표의 위조 여권 재판이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별검찰청이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기소로까지 이어진다면 권 대표가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미국과 한국, 어디로 가든 실제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권 대표의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다음 재판은 16일에 열린다. 권 대표는 같은 날, 재판과 검찰 조사를 함께 받게 됐다.
(사진=EPA 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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