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몬테네그로 법원의 재판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에 발맞춰 한국과 미국이 신청해둔 범죄인 인도 절차도 시작됐다.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조 여권 사건 재판에서 이바나 베치치 판사는 양쪽의 최후 변론을 들은 뒤 오는 19일 오후 2시에 판결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앞서 상급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전날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에 대해 6개월간 범죄인 인도 구금을 명령했다. 이 기간에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대표 등에 대한 범죄인 인도 여부를 결정한다.
하급심에서 진행된 권 대표 등의 위조 여권 사건 재판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상급 법원에서 범죄인 인도 절차가 개시된 것이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테라·루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4월 한국을 떠난 권 대표는 도피 행각 11개월째인 올해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출국하려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체포돼 현지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테라·루나 사태 관계자들을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은 당시 법무부를 통해 몬테네그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지만, 미국도 거의 동시에 신병 인계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권 대표의 신병 확보를 놓고 양국이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권 대표를 어느 국가로 보낼지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국제법에 따르면 피의자를 체포한 국가가 송환국을 정할 수 있다.
여러 나라가 동시에 인도를 요청할 경우, 범죄의 심각성,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 범죄자의 국적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다.
다만 재판부가 송환국을 어디로 결정하든 실제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 결과 징역형이 나오면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복역을 마친 뒤에야 우리나라나 미국으로 넘겨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권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해 몬테네그로에서 형을 선고받으면, 형기를 복역해야만 인도를 요청한 국가로 인도될 수 있다"고 못 박은 바 있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위조 여권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최저 3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권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도 변수다. 몬테네그로 특별검찰청은 이날 재판을 마친 권 대표를 소환해 조사에 나섰다.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 조기 총선(11일)을 며칠 앞두고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야당의 거물 정치인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폭로하는 편지를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 코바치 법무부 장관, 블라디미르 노보비치 수석 특별검사에게 보냈다.
아바조비치 총리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권 대표의 '옥중 편지'에 몬테네그로 정계는 발칵 뒤집혔다.
만약 몬테네그로 특별검찰청이 이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고,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기소한다면 새로운 재판이 시작돼 송환 일정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매체인 '리베르타스'의 알렉산드라 마티차 기자는 "권도형은 6개월 이내에 송환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변수가 워낙 많아서 상황이 애매하다. 아직은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