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작가조합 파업에 이어 배우들도 파업에 나섰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은 지난 한 달여간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새 계약 내용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협상이 결렬되자, 14일(현지시간) 자정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배우조합의 파업은 1960년 이후 43년 만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께(현지시간) 대기업 스튜디오 사무실과 방송사가 밀집한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LA 선셋 대로에 있는 넷플릭스 사무실 앞에는 파업 시위에 동참하려는 배우들이 오전 일찍부터 몰려들면서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배우들은 환한 얼굴로 구호를 외치고 서로 하이 파이브를 하는 등 기운을 북돋으며 파업 의지를 다졌다.
비슷한 시각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파라마운트 사옥 앞에서도 배우들의 피켓 시위가 열렸다. 뉴욕 시위에는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온 원로배우 수전 서랜든을 비롯해 인기 드라마 '테드 래소'의 주연 제이슨 서데이키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출연한 숀 애스틴 등 유명 배우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탐욕은 사라져야 해", "우리가 원하는 건? 계약!", "공정한 계약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날 배우조합의 파업이 업계 상황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를 두고 성토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출연한 배우 숀 건은 "1980년에는 그와 같은 CEO가 가장 낮은 직원의 30배를 벌었지만, 지금은 400배를 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밥, 나는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는 이날 시위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CNN에 보낸 성명에서 "이것은 우리 산업의 변곡점"이라며 파업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많은 배우와 작가들이 생계 능력을 잃었다"며 "우리 산업이 살아남으려면 변화해야 하고, 배우들에게 그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배우들의 파업이 시작되면서 영화 산업에도 즉각 파장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 주로 예정됐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영화 '오펜하이머'와 조 샐다나·니콜 키드먼 주연 드라마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 레드카펫 행사는 배우들의 불참 통보로 아예 취소됐다. 15일 디즈니랜드에서 열리는 새 영화 '헌티드 맨션' 시사회에는 배우들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또 내년 개봉 예정이었던 '데드풀 3', '글래디에이터 2',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속편 등 주요 영화들의 촬영 일정이 모두 중단됐다.
한편 지난 5월 2일부터 70일 넘게 파업을 이어온 미 작가조합(WGA)도 배우들의 합류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이 동반 파업을 벌이는 것은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두 노조의 요구는 대기업 스튜디오들이 기본급여를 인상하고 스트리밍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제대로 분배해달라는 것이다. 또 인공지능(AI) 활용에 따라 배우·작가들의 고유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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