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올림픽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금메달리스트 그레그 루가니스는 당시 다이빙대에 머리를 강타하고 피를 흘리며 입수한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올림픽 다이빙 종목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을 남겼다.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1988 서울 올림픽 남자 3m 스프링보드, 10m 플랫폼 금메달을 휩쓴 루가니스는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은메달까지 올림픽에서만 5개의 메달을 땄다.
그런데 최근 루가니스는 '핏빛 투혼' 끝에 따냈던 금메달을 경매에 내놓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찾은 루가니스는 22일 국제수영연맹과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국제수영연맹 홈페이지는 "루가니스가 보유한 5개의 메달 중 3개의 메달을 경매에 부쳤고, 최대 240만 달러(약 31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루가니스는 금메달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치료 센터에 새 건물을 짓기 위해 금메달을 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루가니스는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실을 숨기고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고 1995년이 돼서야 자신이 보균자라는 것을 밝혔다.
그가 다이빙대에 머리를 부딪힌 뒤 피를 흘리며 입수했기 때문에 한동안 수영계는 '에이즈 공포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 올림픽에 출전한 다이빙 선수 가운데 루가니스로 인해 HIV에 걸린 선수는 없었다.
한국계 미국인 올림픽 다이빙 금메달리스트인 새미 리(2016년 작고)의 제자이기도 한 루가니스는 최근까지 후진을 양성하다가 이제는 다른 일에 집중한다고 국제수영연맹에 밝혔다.
다이빙계를 떠난 그는 현재는 방송 진행자이자 요리 대회 심사위원, 반려견 훈련 경기 대회 출전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 현장에 온 것도 20여년 만이라고 말한 루가니스는 "반려견 훈련 경기 대회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다이빙 팬에게 따로 남길 말도 없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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