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집중호우에 채소류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근 안정세로 접어드는 듯했던 생활물가의 변동성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추가적인 수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곡물가 상승 등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가운데 정부는 수급 대책으로 밥상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 상추 399%↑·시금치 214%↑…집중호우에 채소 가격 불안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올랐다. 이는 2021년 3월(2.1%) 이후 27개월 만에 최저 상승 폭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의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항목으로 구성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체감물가에 가깝다.
생활물가지수가 2년 3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았지만, 최근 집중호우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청상추(상품) 4㎏당 도매가격은 평균 9만360원으로 4주 전(1만8천120원)보다 398.7% 급등했다.
적상추(상품) 4㎏당 도매가격은 8만3천520원으로 같은 기간 343.8%, 시금치(상품)는 5만5천660원으로 214.1% 각각 올랐다.
같은 기간 깻잎(상품)도 77.9% 올랐으며, 애호박(상품)은 147.4% 급등했다.
집중호우로 농지 침수 피해가 잇따르면서 채소류 가격이 크게 뛰어오르는 양상이다.
상추·시금치·깻잎 등의 채소류는 소비자가 대표적으로 자주 구매하는 항목들로 생활물가지수에 포함돼 있다.
채소류의 가중치가 생활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의 비중(1.69%)보다 크다.
채소류의 가격 급등이 체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 애그플레이션 우려에 유가도 '꿈틀'…공공요금 등 불확실성 상존
집중호우 외에도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상승) 등 체감물가를 끌어올릴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흑해곡물협정을 종료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의 최대 항구 도시 오데사를 포격하면서 밀 등의 곡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밀 가격이 러시아가 협정 중단을 선언한 지난 17일보다 10% 넘게 상승했다고 전했다.
유가도 경기 연착륙 등에 대한 기대로 상승세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7.07달러로 마감했다. 4주간 11.44% 올랐다.
소비자 부담 등의 이유로 미뤄왔던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체감 물가 상승 요인이다.
◇ "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물가 둔화 기조는 진행"
계속된 집중호우로 추가적인 피해가 잇따를 경우 채소류 등의 농축수산물은 전체 물가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실제 2020년 9월 긴 장마에 농산물 등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축수산물은 12.8%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가 1.04%포인트에 달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9%였던 점을 고려하면 물가 전체를 농축수산물이 끌어올린 셈이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폭염·태풍 등이 3분기 밥상 물가의 주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길게 보면 물가 둔화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3분기 물가가 당장 어떻게 될지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수해 등에도 전체 물가의 둔화 기조는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생활에 밀접한 채소류 등의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수해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수급 안정 부분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상추 등의 재파종을 지원하고 깻잎 등 대체 품목의 생산·출하를 확대하기로 했다.
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닭고기에 대한 할당관세 3만t을 내달 내 들여오고 종란도 500만개 수입한다.
공공요금의 경우 상승 요인을 최소화해 인상을 자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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