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사건 공포'...美 교실 '방탄' 벽·창문 설치

입력 2023-09-23 08:05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커진 학교들과 학부모들이 방탄 벽과 방탄 창문을 설치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미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최소 37건으로 보고됐다.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진 최소 16건의 총격 사건을 더하면 총 53건에 달한다. 지난해 5월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학생 19명을 포함해 21명이 희생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피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앨라배마주의 한 학교는 2개 교실에 시범적으로 '방탄 화이트보드'를 설치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꽉 채우는 이 화이트보드는 두 개의 패널로 이어져 있으며 중간 모서리에 부착된 고리를 당기면 안쪽에 사각 공간을 만들어낸다. 패널 안쪽에는 잠금장치도 있다. 교내에서 총격이 벌어질 경우 화이트보드를 '방탄 룸'으로 만들어 교사와 학생들이 그 안에 숨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장치를 개발한 회사 'KT 시큐리티 솔루션'은 "텍사스 유밸디 총격 사건 이후 어린이와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며 "그 결과 방탄막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화이트보드 월(벽) 시스템'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2017년 1월 총격 사건이 벌어진 오하이오주 웨스트 리버티-세일럼 고등학교는 이후 시설을 대폭 개선했다. 학교 측은 사건 당시 약 400명의 학생이 교실 창문을 통해 탈출했던 경험을 토대로 모든 창문의 방충망을 제거하고 내부에서 열 수 있는 손잡이가 달린 비상문 형태로 개조했다.

이 학교가 소속된 교육구 당국은 관할 학교 전체의 교실 창문에 방탄 필름도 설치했다. 크레이그 히송 교육감은 "누군가 교실 밖에서 창문을 향해 총을 쏴도 창문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총격범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지만 2분 정도면 경찰이 도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폴리에틸렌 섬유로 만들어진 방탄 책가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방탄 백팩 제조업체인 '가드 독 시큐리티'의 야시르 셰이크 사장은 2012년 학생과 교사 26명이 숨진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이후 제품에 대한 문의가 늘기 시작했다면서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방탄 제품 전문점 '불렛프루프 존' 설립자 케빈 림은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17명이 희생된 총격 사건 직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하룻밤 사이 방탄 백팩 주문이 폭증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학교들은 출입문 잠금장치를 보강하고, 학부모를 포함해 방문자 신원 확인도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상대로도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총기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교직원들을 말한다.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한나 리는 "총격범이 도어록을 뚫고 교내에 침입한다면 어떻게 교실 문에 바리케이드를 쳐야 할지 자주 생각한다"며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기 소지 권리 옹호자들은 학교 총격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교사에게 무기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해 왔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가 작년 10∼11월 정규 교육과정 공립학교 교사 9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의 교내 총기 소지가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9%에 그쳤고, 절반이 넘는 54%가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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