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티베트(시짱) 자치구 명칭을 '티베트'(Tibet)에서 '시짱'(Xizang)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가운데 한 현지 온라인 쇼핑몰이 판매업자들에 상품 이름이나 설명에서 티베트를 시짱으로 바꾸지 않으면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업체 웨이뎬(微店)은 지난 11일 판매업자들에게 이 같은 통지문을 발표하고 제품의 이름과 설명을 점검하라고 요구했다.
웨이뎬은 상품에 언급된 '티베트'를 '시짱'으로 바꾸지 않으면 플랫폼에서 해당 상품을 제거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웨이뎬은 지난 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티베트 지역 행사 영문 연설문에 '티베트'가 모두 '시짱'으로 표기된 것을 언급한 것을 이번 통지의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은 이달 4∼6일 티베트 자치구 린즈에서 개최한 제3회 환(環)히말라야 국제협력포럼의 명칭을 중국어와 영어 모두 '중국 시짱 환히말라야 국제협력포럼'(中國西藏環喜馬拉雅國際合作論壇·China Xizang Trans-Himalaya Forum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으로 명시했다.
중국 당국은 그간 티베트 자치구를 영어로 표현할 때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티베트'를 그대로 써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학계와 관가에서 '티베트'라는 용어를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이 해당 지역에 대한 글로벌 담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중국공산당 중앙 통일전선공작부는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 문제는 언어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티베트라는 말이 현재의 남서부 시짱자치구 지역뿐 아니라 과거 티베트의 영역이던 현재의 중국 칭하이성, 쓰촨성, 간쑤성, 윈난성 일부도 포함하는 '대(大) 티베트'와 혼돈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시짱자치구만을 지칭하려면 '시짱'이라 부르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중국이 1950년 티베트를 침공해 이듬해 병합한 뒤 신장자치구와 마찬가지로 인권 침해 의혹 제기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
SCMP는 "많은 중국 누리꾼은 티베트를 시짱으로 전환하는 것은 서방 국가들의 정치적 압박에 맞서 중국의 문화적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환영한다"며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조치라며 반대한다"고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한 누리꾼은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중국)의 영어 이름도 공식 표기법인 '한어병음'(알파벳을 차용한 중국어 발음 기호)을 기준으로 '중궈'라고 바꿀 수 있고 홍콩은 '샹강'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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