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외국계 대형 금융회사 두 곳이 불법으로 규정된 무차입 공매도를 지속해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상 최대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점쳐지는 가운데 제도개선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공방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신재근 기자입니다.
<기자>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글로벌 금융회사의 불법 공매도가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BNP파리바와 HSBC가 110개 종목에 대해 560억 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해오다 적발된 것입니다.
'무차입 공매도'는 빌려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투자기법으로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내다 팔았기 때문에 매수자가 이 주식을 사들일 경우 없는 주식을 사는 꼴이 되면서 수요,공급을 교란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 결제 시스템이 무너져 시장 신뢰는 물론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적발 이후 이런 행위가 '관행'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악의를 갖고 한 건 아니고, 관행적으로 결제 불이행이 발생하지 않다 보니 그렇게 해 온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의적으로 한 것으로 저희는 보고 있는 것이고…]
개인투자자의 보유비중이 높고 올해에만 반토막 난 종목이 대거 불법 공매도 대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여론은 싸늘합니다.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국회 국민청원에 5만 명이 동의한 점은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상환기간을 일정 기간으로 제한하고, 무차입공매도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공매도 거래 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달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미묘하지만 개인투자자와는 결이 다른 매우 신중한 모습입니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자칫 규제 강화로 비춰져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정치권은 불법 공매도를 저질러도 처벌 수위가 약한 '솜방망이 처벌'부터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재호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공매도 위반으로 증선위 의결에 이른 56건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5건이 처벌 수위가 낮아졌고, 과징금도 최대 38억 원에 그쳤습니다.
[박재호 / 국회 정무위원회(더불어민주당) 위원: (불법 공매도를) 발견하고 나면 처벌이 너무 가벼워요. 외국의 IB 같은 투자자들의 잘못된 걸 발견했을 때 빨리 조치를 하고 엄청난 형량이나 벌금을 부과하면 이런 문제가 좀 줄어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 금융회사의 불법 공매도 적발로 개인투자자, 정부와 감독당국, 국회의 처방과 대응이 모두 다른 '4인4색' 구도가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공매도 찬반 논란은 칼자루를 든 국회와 정부의 손으로 다시 넘어갔습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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