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파월의장의 연설이 중요했던 이유는, 이제 11월 FOMC가 2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금리 결정 회의 전 마지막으로 파월 의장이 공개석상에서 연설에 나선거였는데요. 10월 31일에 열리는 FOMC 회의를 앞두고 연준 인사들이 공개 연설을 자제하는 2주의 침묵기간이 시작되기 48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예정된 연설이라는 점에서 중요했고요. 우연의 일치처럼 공교롭게도 파월 의장의 발언이 블랙먼데이 36주년인 10월 19일에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파월의장의 발언을 앞두고 미증시 키포인트를 크게 4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같은. 우선 첫째, 9월 중순 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에서 5.5%로 동결했습니다. 동결 이후 경제지표가 여전히 강력하게 나오면서 미국의 일자리 증가율은 예상을 깨고 가속화했고 소매 판매는 예상을 뒤엎고 강해졌습니다.
둘째, 채권시장은 요동을 치고 있는데요. 1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4.9%를 돌파한 상황에서 파월이 의장이 국채금리 급등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놓을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달라진 메시지를 전할지 시장은 주목했습니다.
셋째,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 의회에서 아직 이번 회계연도 예산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달 연방정부의 일시적 셧다운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요. 미 의회는 하원의장도 부재한 상황에서 셧다운 리스크를 다시 마주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넷째, 중동에서는 수십년 만에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경제적 여파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몇 시간 전 파월의장이 내놓은 발언들 체크해보시죠. 파월 의장의 연설문이 12시 정각 공개되자 주가는 오르고, 금리는 낮아졌는데요. 조금 뒤 Q&A가 시작되자 시장은 요동쳤습니다. 오르락 내리락하더니 결국 장기 금리는 상승하고 단기 금리와 주가는 하락세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비둘기파적인 발언과 매파적 발언과 섞여 있었는데요.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비둘기파적인 발언들입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들어오는 데이터는 안정적인 인플레이션과 강력한 고용을 유지하려는 Fed의 목표 두 가지 모두에 대한 지속적인 진전을 보여준다."
▶"임금 데이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2% 물가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이는 파월 의장에게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는 임금 상승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온 대용물인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불확실성과 위험,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진행하겠다" 11월에 금리 인상은 없다는 얘기로 풀이됩니다.
▶"긴축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전히 파이프라인에 의미 있는 긴축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연준이 추가 긴축을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국채금리 관련 발언도 있었는데요. "최근 몇 달 동안 금융여건이 크게 긴축되었고 장기 국채 수익률이 긴축의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금융여건의 지속적 변화는 통화 정책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또한 연준이 추가 긴축을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파월 의장은 장기 금리 상승 이유에 대해 인플레이션 기대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높아진 게 아니라 중립 금리가 높아졌을 수 있으며, 기간 프리미엄이 올라갔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준이 추가 긴축을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 파월 의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는데요.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졌다며 이는 세계 경제에 중대한 리스크라고 설명했는데요.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불확실한 경제적 여파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연준의 역할이라고 밝혔습니다.
매파적 발언들도 정리해봐야겠죠.
▶"확실히 회복력 있는 경제를 갖고 있다. 이는 단지 금리가 오랫동안 충분히 높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겠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통화정책이 너무 엄격하다는 증거는 없다." 이는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말이죠.
▶"경제가 지속적으로 추세를 넘는 성장세를 보이거나 노동시장의 긴축이 더 이상 둔화되지 않는다는 추가 증거가 나타나면 인플레이션이 더 진전될 수 있고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해야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으며 몇 달 간의 좋은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시작일 뿐이다."
이번주 들어 파월의장 외에도 다수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오갔는데요.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침체 우려를 키우는 동시에 연준의 금리인상이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비둘기파적 입장에 힘을 실었는데요. 혹은 기존의 매파적 성향에서 덜 매파적 자세로 기조를 바꾸고 있는데요.
지난 한 주간 연준 당국자들은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이 금융환경을 긴축 시켜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 때문에 최근 연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 않으며 적어도 당분간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연준에서 매파 인사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연준이 향후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해 신중히 접근하면서 유연성을 가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요. 이 같은 의견에 굴스비 총재도 동의했습니다. 이것이 "내가 데이터-도그 라고 부르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토머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17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부동산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최근 국채 금리 상승에 통화정책을 의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채권 금리 상승이 연준의 금리 인상 필요성을 줄였다는 일부 위원들의 발언과 대조되는 입장을 낸 겁니다. 바킨 총재는 장기 금리가 올랐고 이는 확실히 금융 여건을 긴축했다면서도 장기 금리에 의존하는 것의 문제는, 금리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거라고 밝혔습니다. 수익률 곡선에서 장기물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지수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전 세계 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고려할 때 3주 후 금리가 어디로 갈지 전혀 모른다고 강조했습니다.
끝으로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97%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오늘 파월 의장의 발언과 함께 11월 FOMC에서 연준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강수민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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