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84.8% 지분)·삼성SDI(15.2% 지분) 현금 확보, 시설 투자 전망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내년 시설 투자 등에 필요한 추가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8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추가 배당을 위해 약 10조 원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변경하는 안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년도 말 연결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자본잉여금은 약 24조 2,784억 원, 이익잉여금은 31조 8,419억 원이었다.
자본준비금을 줄이고,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것은 배당 규모를 늘리기 위해 기업이 진행하는 절차 중 하나이다. 세법상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마련한 배당가능이익은 비과세 배당금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메리츠금융도 지난 9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본준비금 2조 1,500억 원가량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며 배당 가능한 재원을 확보한 바 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분은 삼성전자가 84.8%, 삼성SDI가 15.2%를 소유하고 있다. 즉, 삼성디스플레이의 배당 확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주인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현금 확보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결정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내년 연초, 각각 5조원,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시설 투자를 위한 현금 확보 방안을 고심하던 중, 삼성디스플레이의 배당가능이익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93조 원, 차입금을 제외하면 83조 원인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8% 줄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 들어 해외 법인 등으로부터 배당금 수익을 늘려 왔고, 올 초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이미 20조 원의 현금을 대여하기도 했다.
이렇게 마련한 현금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비롯한 시설 및 연구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36.7조 원가량을 시설 투자에 투입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사업 투자는 약 33조 원으로 전체 투자 비중의 90%를 넘어선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컨퍼런스 콜을 통해 "내년 HBM 공급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해당 물량에 대한 공급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삼성SDI 역시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확보한 현금을 통해,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SDI의 올 3분기까지의 연구개발비는 약 8,364억 원으로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또한 삼성SDI는 내년 미국 내 3군데 배터리 셀 합작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현대차와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새로 수주한 만큼 확보한 현금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김윤태 삼성SDI 재경팀장 상무도 지난 컨퍼런스콜을 통해 "향후 CAPEX 증가에 따른 자금조달 관련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당사는 내부유보 활용을 최우선으로 하고 필요시 외부 조달을 진행한다는 원칙에 변화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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