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유명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68)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마음에 들지 않는 평론이 매체에 실리는 것을 막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쿤스는 '풍선개' 시리즈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스타 현대미술가로, 2019년 그의 조형물 '토끼'는 경매에서 9천107만5천 달러(약 1천182억원)에 낙찰, 생존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7일 (현지시간) 뉴욕시립대(CUNY)의 미술사 교수인 로미 골란이 쿤스의 작품인 '튤립 꽃다발'(Bouquet of Tulips)에 대한 평론을 뉴욕의 예술 잡지인 '브루클린 레일'의 요청으로 작성했다.
이 작품은 거대한 사람 손이 풍선과 비슷하게 생긴 꽃줄기 11개를 들고 있는 12m 높이의 대형 조형물로 2015년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작품이다.
골란 교수는 평론을 위해 쿤스와 인터뷰하면서 인터뷰 장면을 촬영하는 동의서에 서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서명했고, 이에 영상·사진 등 모든 홍보 자료를 보고 승인할 권리를 쿤스가 갖게 됐다.
골란 교수는 2천 단어 분량의 평론을 작성해 촬영 동의서와 함께 브루클린 레일에 보냈다. 잡지 에디터는 평론을 읽고 "이 기념물과 그 유산, 역사적 중요성을 제대로 다뤘다"고 평했다.
하지만 브루클린 레일이 쿤스 측에 메일을 보내 평론이 쿤스 본인이 보기에 "받아들일 만한지" 물어보자 그렇지 않다는 답이 왔다. 쿤스의 스튜디오는 골란 교수가 작품을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하며 "제프 (쿤스)에 대한 명예훼손이므로" 평론을 발간하지 말아 달라고 잡지 측에 요청했다.
결국 잡지 측은 골란 교수에 평론을 다른 내용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고, 골란 교수는 평론 게재를 철회했다. 골란 교수는 자신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도 쿤스 측이 발간하지 말라고 한 반응에 놀랐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이는 한심한 일"이라며 "소위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잡지들이 이런 식이면 표현의 자유는 어디에 있느냐"고 탄식했다.
최근 매체가 외부 압력에 굴복했다거나 비판적인 기사를 삭제했다는 논란이 잇따라 벌어진 가운데, 소규모 출판사나 매체들은 거액의 소송을 감당할 수 있는 유명인을 적으로 만들지 않으려 조심하게 됐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술사가 타이 미쓰지는 "평론에 나온 정통한 의견을, 게다가 예술가의 스튜디오 측의 요구로 삭제하는 것은 (미술 관련) 저술을 마케팅과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했다.
제인 커틀리 미네소타대 교수는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없는 의견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는다며 골란의 평론은 명예훼손으로 간주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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