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손잡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실패하면서다. 그러나 양측 모두 금융당국에 고발에 나서 조사 결과에 따라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MBK가 지난 5일부터 25일부터 실시한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 결과 최종 응모 주식 수는 838만8317주(지분 8.8%)로 집계됐다. 최소 목표 수량 1931만5214주(지분 20.3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MBK가 앞서 신청 수량이 최소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전부 매입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만큼 MBK는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사들이지 않는다. 조 회장은 3년 만에 다시 불거진 ‘형제의 난’에서도 승리하게 됐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은 2020년6월 조 명예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 전량(23.59%)을 차남인 조 회장에게 매각해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인 2021년 말 조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선임되고 조 고문이 물러나면서 형제의 난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올해 3월 회사 자금 20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돼 사법리스크가 재차 불거지자, 조 고문 측은 물밑에서 사모펀드 등을 타진해 경영권 재탈환을 노렸다.
‘2차 형제의 난’ 진압에 나선 건 조 명예회장이었다. 조 명예회장은 공개매수 시작 이후인 지난 14일 지분 2.72%를 장내매집해 조 회장에 재차 힘을 실었다. 조 명예회장은 열흘 간 지분 4.41%까지 끌어올리며 경영권 사수에 '올인'했다. 사촌가인 효성도 백기사로 나서 조 회장 측에 힘을 보탰다. MBK도 공개매수 단가를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끌어올리며 반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양측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MBK는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이 시세조종이라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했고, 거래소는 특별심리에 착수했다. 조 회장도 공개매수 발표 이전 사전매매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한국앤컴퍼니는 조속한 시일 내 금융당국에 정식 조사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도 지켜봐야할 변수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2020년6월 조 명예회장이 지분 전량을 조 회장에게 매각한데 대해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며 성년후견 심판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2심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심 결과는 내년 2월께 나올 예정이다.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도 부담이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횡령 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달 보석으로 석방됐다. 조 회장은 지난 22일 공판 참석 길에 자신의 혐의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선 “할말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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